3년간의 금연과 금주, 운동.

by 박규동

담배


포틀랜드에서 1년간 자취를 할 때, 아파트에서 흡연이 안 되는 불편함에 전자 담배로 바꿨다. 그런데 집에서도 피울 수 있는 책임 없는 쾌락에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게 되는 단점을 자각, 점점 줄여갔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전자 담배를 피우다가 2023년 초에 전자담배는 비싸고 연초는 피울 곳이 없으니 더러워서 끊는다는 마음에 끊었다. 처음 담배를 끊었을 때는 입에 무언가를 갖다 대야 한다는 강박, 입과 손이 이렇게 심심하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는가 허전함이 강했다. 15년? 17년이 넘는 세월의 흡연과 이별. 금연 3년째에도 가끔 생각나는 담배. 정말 평생 끊는 게 맞는 듯. 가끔 꿈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나중에 국가에서 담배를 장려하는 기이한 현상이 온다면 다시 피울 것이다. 국가에서 담배 무상 지원 및 어디서든 피워요 등의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이 온다면 기쁜 마음으로 흡연 재개 할 거다. 담배는 내가 살면서 끊은 것들 중 중독성이 가장 강하다. 아! 영화 볼 때 스크린 속 인물들이 담배 피우는 장면을 보면 3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피우고 싶다.



술 역시 담배를 끊은 시점과 비슷한 때에 끊었다. 당시에 엄청난 실패를 맛보고 집에서 매일 위스키를 마셨다. 해지기 전에 만취하면 죄책감이 있기도 하고, 술에 취해 옳지 못한 언행을 하는 사람들의 반면교사로 끊게 되었다. 술은 담배만큼 자주 생각나진 않는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까 갈 수 있는 술자리가 없고 사랑이 피어날 기회가 적어졌다. 술 역시 15년인가 17년이 넘는 세월 간 마신 걸 끊으니 허전... 그러나 살면서 개 같은 날들이 올 때면 생각이 난다. 또한 와인과 위스키를 좋아했었으니, 취하는 것보단 맛이 그리워서 마시고 싶다. 더운 날 하이볼 한잔 때렸으면 하는 마음. 개인적으로 술과 담배 중 술이 몸에 더 안 좋은 것 같다. 그래서 강도가 목에 칼 들이밀고 술이나 담배 중 하나 빨리 다시 재개하라고 하면 술 대신 담배를 고를 것 같다. 술을 안 마시니까 확실히 사회에서 벗어난 외계인이 된 것 같다.


운동


2020년인가 19년도에 반년 간 복싱을 하고, 코로나 때문에 슬프게도 그만뒀다. 미국에 다녀온 후 내가 사는 아파트에 헬스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일주일에 최소 3번은 운동을 다닌 지 3년. 운동은 확실히 건강을 얻는 것 이상의 즐거움이 있다. 그런데 술 담배도 하지 않는 내가 맛있는 음식까지 끊을 순 없다... 그렇기에 헬스장에서 무거운 것들은 마구 들면서 먹는 것도 걸신들린 듯 먹다 보니 82kg이 되었다. 머리카락도 길다 보니까 레슬러 같다. 가만히 숨만 쉬고 살아도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 저런 이야기는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르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이 불안이라는 기질을 타고났다. 사실 불안에서 오는 피해망상은 상상력으로, 불안에서 경직되는 몸은 운동으로 소화해 내면 그만이다. 그렇게 글도 쓰고 운동도 하니까 최근 1년 2년은 불안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운동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불안 얘기를 하는 것은 ADHD 때문이다. 몸에 정상인 부분이 없다. 아무튼, 술과 담배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하는 괴로움이라면 운동은 해야 하는 괴로움이라 생각했지만, 운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술 담배가 더 많이 생각 날 것이다.


도파민


타고난 반골 기질, 인간 형태의 청개구리인 나는 숏츠나 릴스를 보지 않는다. 스크롤했다가 내가 보기 싫은 영상을 보면 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 (어쩔 수 없이 광고 봐야 할 때에도 일부로 다른 곳 쳐다봄. 보면 지는 거라서) 게다가 원래 있는 콘텐츠에 목소리만 얹어서 돈 버는 거 보면 놀부만큼 심술이 나서 바로 꺼버린다. 술과 담배도 끊은 지 3년이 넘었다.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도파민 공급처가 말라비틀어졌다. 도 닦는 사람으로 사는 기분이다. 소설을 투고하고 까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술 담배가 생각이 많이 난다. 10만 자 넘는 장편 1개를 쓸 때 50곳에 보낸다고 치고, 내가 10개 정도를 썼으니, 공모전이나 기고문 제외하고도 500번은 까인 건데 술 담배를 안 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해야 할 이야기나 아이디어를 장편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은 정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지도 않고, 프로파간다를 만들고 싶지도 않다. 일기를 쓰고 싶은 마음도 없다. 전에 없던 표현들을 사용하고 설계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창작하는 게 정직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직함=거지되기 인 것 같다. 건강으로 돈을 살 수 있는 세계관은 어떨까? 옳은 길은 좁은 길이라고는 하나 나는 그렇게 옳은 사람 될 생각 별로 없는데;


결론


금주와 금연, 규칙적인 운동,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밤 11시에 칼같이 잔다. 신데렐라 호박마차 박살 나기 전에 침대로 뛰어듬), 규칙적인 생활. 아마 내가 얻은 것은 건강이겠지... 최근에는 수면 무호흡 치료도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심한 환자는 본 적이 없다고 90분이라는 한 수면 사이클에 60분은 숨을 안 쉰다고 말씀하셨다. 1년 전의 급성 폐렴이나, 수면 무호흡으로 인한 두세 번의 임사체험. 내 몸을 잘 살피면서 든 결론은 이거다. 나는 왜 건강한 거야ㅡㅡ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아ㅡㅡ 인생이 너무 달콤하고 즐겁거나, 잃을 게 많거나, 소중한 파트너가 있거나 한 것도 아닌데ㅡㅡ. 역시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매일 글을 쓰러 오는 카페 사장님께서 건강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돈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운동 열심히 해도 허리가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는 노화의 일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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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강이 내게 어떤 부귀영화를 줄 것이라 착각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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