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축산업과 고기를 생명으로 보는 법
혹보다 흔한 문제는 눈병이었다. 눈동자 흰자가 전혀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눈알이 새빨갛게 변한 돼지들이 여럿 있었다. 드물게는 눈알을 감싸고 있는 붉은 속살이 부풀어 올라 눈알을 덮은 경우도 있었다. (어쩌면 눈 상태보다도 이것이 더 비극적인 사실일지 모르겠는데) 빨간 눈의 돼지들이 제대로 볼 수 있는지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돈방이 좁고 다른 돼지들로 북적거려서 이들이 주변 사물을 판별해서 움직이는지 이리저리 떠밀려 다니다 우연히 사료통이나 수도 앞에 다다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p286, 돼지고기의 경우-비육농장 중
콘퍼런스에서는 매핑(mapping)이 강조되었다. 우리 앞에 머그잔이 있다고 하면 이 머그잔이 무엇에 연결되어 있는지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며 관계망을 그리는 것이다. 머그잔을 만드는 데 사용한 흙, 도자기를 굽는데 사용한 나무, 나무가 자란 숲… 조금씩 이렇게 관계망을 그리다 보면 나중에는 머그잔이 단순한 머그잔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그렇게 볼 줄 알아야 하는 세상이 와버렸다. 그 연결을 볼 수 없다면 기후위기 극복은 불가능하다.
우리 앞에 베이컨이 있다고 하면 이 베이컨이 무엇에 연결되어 있는지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며 관계망을 그리는 것이다. 베이컨이 되기 전의 살아있는 돼지, 돼지가 자란 바퀴벌레와 똥물로 가득한 비육 농장, 비육 농장에서 한국인보다 적은 돈을 받고 일하는 태국인과 중국인… 조금씩 이렇게 관계망을 그리다 보면 나중에는 베이컨이 단순한 베이컨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그렇게 볼 줄 알아야 하는 세상이 와버렸다. 그 연결을 볼 수 없다면 세상이 더 나아지기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