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삼간 오막살이
아침상을 물리면
아버지는
온돌방 아랫목에
양반 다리를 하고 앉으셨다.
그리고 구석에 있던
카키색 찌든 군용 담요가
먼지와 함께 끌려 나왔다.
담요를 펼치자
아버지의 하루를 점쳐줄
신통한 마흔여덟 개의 화투가
긴 기지개를 켠다.
“운세를 제대로 알려면
잘 섞는 게 중요하지.”
기술적으로 화투를
“탁 탁 탁”
경쾌한 소리를 내며
섞고 또 섞는다.
“아이들은 절대로 보면
안 돼”
딱히 피할 곳도 없어
아이들이 눈을
허공으로 돌리는 사이
아버지의 얼굴이 붉게 달뜬다.
“아 오늘 점괘가 좋아.”
돈복도 있고
손님도 오고
국수도 얻어먹고
잘하면 술도 얻어먹겠네
아버지의 하루가
아버지의 희망이
부풀어 오른다.
멀리 보이는
산아래 구불구불 시골길에
차 몇 대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갔고
까치가 몇 번 울었다.
이웃집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나오면서
아늑한 풍경소리를 내고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이
또 그렇게 저물어 간다.
돈복은 없었고
반가운 손님도 안 왔고
국수도 못 얻어먹었고
술도 못 얻어먹었다.
아버지는 막걸리를
한잔하시고 구성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셨다.
“실버들~ 늘어진~ 언덕 위에
집을 짓고~ 정든 님과~ “
“초가~삼간~~~ 오막살이~ 떠날 수~ 없네~~~”
내가 보기에
그깟 점괘는 이미
잊으신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