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장면들
시아버님이 병원에
입원해 계셨을 때
시아버님의 친구 부인도
심장이 안 좋으셔서
같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셨다.
우리가 병실을 방문했을 때
할머니는 누워계시다가
자식뻘 되는
우릴 보고 벌떡 일어나셨다
나는 황급히
일어나시는 걸 말렸다.
지나온 세월 속에
항상 자신을 낮추고
희생만 하시고 사셨을
할머니의 초라한
모습이 보였다
익숙해진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대접을 받아도
모자랄 나이시고 상황인데
겸손함에 익숙해져 아프셔도
편히 누울 자리조차
없으셨다.
일주일쯤 지나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야 눈치볼일 없이
편히 누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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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님 친구집에
운전을 해드리고
사모님이 해주신 밥을
먹게 되었다
사모님은 젊었을 때
아주 고우셨다고 했다
반찬도 정갈하고 맛도 좋았다
우리가 박사님이라고
부르던 할아버지는
기병대 출신으로
멋쟁이셨고 승마가 취미셨다
젊은 날에 두 분이 얼마나
멋진 모습이셨을지
상상하고 있을 때
박사님이 김치가
맛없다고 화를 내셨다
“파프리카를 갈아서
넣지 말라는데
왜 자꾸 넣는 거야?”
사모님은 우리 앞이라
뻘쭘하셨고
박사님의 잔소리는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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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크루즈에서
끝없는 바다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창가 쪽 할머니가
소리를 지르시더니
보행 보조기를 쾅 내리치며
할아버지를 향해
욕을 하셨다
그리고 나가셨다
할아버지가 멍하니 앉아계시다
보행 보조기를 끌고
자리를 뜨셨다.
할머니를 화나게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모르지만
할아버지가 잘못한 것처럼 보였다.
할머니들이 졸혼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하시며
오로지 “왕”만 존재하던
세상이 서서히 저물어 간다.
지중해의 저녁도 노을속에
서서히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