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mean everything to me!

You의 의미를 알려주신 노스승님의 말씀을 다시 기리며

by UI SAM
이순신.jpg 충무공 이순신상


인사동 북쪽에서 나와 안국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 시절의 인사동에는 화랑과 고서점과 화방, 골동품점, 떡가게, 음식점, 가구점, 다방이 즐비하게 있었고 아주 한가롭고 여유로움이 있던 거리였고 그중에 화랑과 고서점은 나의 놀이터였다.

고서점에 들어가면 퀴퀴한 책 냄새가 왠지 모르게 좋아서 그저 알 수 없는 한자로 된 책을 뒤적거리곤 했다. 옛날 어떤 시기에 어떤 사람이 보던 책일까? 그분은 무슨 마음으로 이 책을 보았을까? 이 책은 몇 사람의 손을 거쳤을까?......


하늘은 잿빛으로 금방이라도 후드득 쏟아질 기세의 구름이 머물러 있다.

LP판 전축판을 파는 가게에서 닐세다카 Neil Sedaka의 “You mean everything to me!”가 흘러나온다.

멈칫 서서 한참을 듣다가 결국 그 전축판을 사고 말았다.

한 시간 전 영어 선생님의 말씀이 나에게 너무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60이 넘으신 노 스승님은 “이제 늙어서 젊은이들이 버스에서 내 옆에 앉으려 하지 않아!”하면서 농담을 하시지만 그분의 얼굴에는 항상 여유로움과 따뜻함과 관용의 미소가 늘 풍기시던 분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칠판에 영문으로 닐세다카의 “You mean everything to me!”라는 문장을 써놓으시더니 여름날의 찌는듯한 날씨에 공부에 지쳐있는 학생들을 한참 바라보신다.

그 눈빛을 그때는 이해하지 못하였는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그 스승님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는 나지막하고 후중한 목소리로 말씀을 시작하셨다.

"여기서 'YOU'는 남녀가 될 수도 있지만, 부모도, 스승도, 사회도, 인생의 목표도 될 수 있다."라고 아주 천천히 엄숙하게 설명하신다. 그때 하신 다른 말씀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당시 나에게 절실하였던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은 지금도 노선생님께서 바로 곁에서 말씀하시는듯하다.


결국 그 노래는 지금까지도 지칠 때 흥얼거리는 노래가 되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참 많은 일들을 겪으며 견디고 또 견뎌나간다.

눈덩이처럼 밀려들어올 때는 ‘그래! 네가 오려면 와! 오기로라도 버텨줄게!’하며 눈덩이들의 공격에 습관이 되어 버린다.


그때쯤이면 궁즉통이라 했든가!

가끔은 단 물이 잠시동안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곤 한다.

조금 정신 차릴 때쯤이면 그 눈덩이는 더 커져서 내 능력을 시험이라도 하려는 듯 날 덮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 고희를 넘기려는 고개에 올라서게 되었다.


오만방자하며 무슨 일이든 최고로 해낼 수 있다면서 꼿꼿했던 자만심, 교만한 마음이 꺾이기 시작하던 20대 초반 부모님 말씀도 그 어떤 스승님의 말씀도 귀에 들어오지 않던 그 시절 그 노 은사님의 “YOU”의 의미는 적어도 그 시절 그 순간의 나에게는 마치 천둥이 치듯 나의 마음을 내려치는 것 같았다.


내가 하고자 하던 일이 모두 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누굴 탓할 수 있을까! 그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탓이었던 것을!

목표는 높게 설정하고서 실천은 부족했던 것이다.

수많은 눈덩이들의 공격이 이제는 마치 친구들처럼 느껴지는 세월이 지났다.


창밖에는 여름 장맛비가 줄줄 내리고 있다.

괜스레 센티해지는 날이다.

인생에서 너무너무 힘들어질 때면 문득 떠오르는 분이 어머님과 이순신 장군이다.


세월이 갈수록 어머님의 삶이 느껴지는 날 스스로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마움과 죄송함이 온몸을 가누지 못하게 한다. 스승님보다 더 스승님이신 어머님!......


백의종군하게 되신 이순신 장군!


누명을 쓰고 사형처분에서 백의종군으로 목숨은 살아났으나 그분의 마음은 무어라 형용할 수 있을까!

난세에 태어나 늘 우환의식 속에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애국애민의 방법을 전심전력으로 노력하였어도 그에게 던져진 눈덩이의 크기는 아마도 알타이산의 꼭대기에서 굴러 내린 산사태였을 것이다.


閑山島歌 이순신


閑山島月明夜上戍褸 (한산도월명야상수루)
撫大刀深愁時 (무대도심수시)
何處一聲羌笛更添愁(하처일성강적갱첨수)


한산도가(옛 한글)

한산섬 달 밝은 밤에 戍樓(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선가 一聲胡笳(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그저 어린 시절 암송하던 시였는데 어느 날 한문을 어느 정도 터득하고서는 이순신 장군님의 나날을 상상하며 "어떻게 견디셨을까!"라는 외마디 소리가 나도 모르게 절로 입 밖으로 터져 나온다.

한산섬에 다녀오고 나서 다시 이 시를 암송해 보니 달이 밝게 떠오른 날이면 아군의 진영이 모두 드러나게 되니 더욱더 삼엄하게 지켜야 하는 시간들, 진영 높은 곳에 있는 수루에 앉아 전시 중이니 항상 차고 다니는 칼을 매만지며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며 수많은 문제를 생각하고 생각하는 그 밤들, 대금소리를 들으며 전사한 용사들, 백성, 앞으로 닥칠 전쟁에 대한 준비, 나라의 위태로움 그 어느 것이 가슴이 저리지 아니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시대에서 각자의 인생길을 걸어가며 각자만의 명품인 발자국을 남긴다.

옛 할머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 ' 내가 살아온 길을 글로 쓰면 삼국지 7권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이야기가 많다"

그렇다 모든 인간은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었으며 하고 있으며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소중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간 사람은 없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다. 일난일치一亂一治, 일성일쇠一盛一衰, 일진일퇴一進一退 이것이 바로 태극이요 복희 씨와 여와 씨 할아버지할머니께서 전해주신 지혜이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차례의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온 여생동안은 젊은 시절의 "YOU"를 되새겨보며 정리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건강도 챙기며 차분히 가야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하고자 이 글을 적어둔다. 을사대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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