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고서점에서 만난 옛 친구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SAD DHARMA PUNDARICA SUTRA)

by UI SAM
우이동 삼각산


고교시절 인사동의 화랑과 고서점, 도자기 상가, 악기상가 등등은 나의 놀이터였다. 시간만 나면 달려가 그림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달래고, 고서점에 들어가면 오랜 세월의 옛 친구를 만난 듯 그저 즐겁고 행복하였다. 그날은 막 인사동에 도착하여 무심히 걷다가 들어가게 된 고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 빨간 겉표지의 두툼한 책 1권. 한자로 된 표지의 제목은 읽을 수 있었지만 그 서적이 무슨 책인지는 몰랐다. 처음 본 서적이었다.

계속 그 책을 넘기며 보고 있다가 -사실 봐도 전혀 알 수 없는 한자로만 되어있는 책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어느새 고서점 문을 열고 나올 때는 그 책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크고 작은 글자들......

늘 책상 옆에 두고 늘 궁금해하면서 뒤적거렸다.

수년 뒤 한문 공부를 하게 되면서 하루는 그 책을 들고 가서 은사님께 보여드리며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여쭤보았다.

분명히 유학자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은 묘법연화경이라는 불경이며 경중의 왕이라고 칭하는 경전이라네. 조선왕조가 비록 숭유억불이라고는 하나 아는 사람은 유학자들도 묘법연화경을 많이 읽었지!"라고 하시면서 이 책을 어디서 구했느냐고 하셨다.

그때까지는 불교철학에 관심이 많아 알고 있는 불경도 꽤 있었는데 처음 들어본 경전이라 은사님께 이 책을 한 달에 한 번씩 강의로 해주시기를 요청드렸더니 흔쾌히 응해 주셔서 그때 공부하던 학생들이 참여할 사람은 모두 함께 하였었다.


강의를 듣던 중 몇몇 학생들이 해외로 유학을 떠나 결국 그 모임은 흩어졌지만 강의록을 계속 작성하시기를 요청드리고 그 결과 그 뒤로 10년 뒤에 "묘법연화경"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 후 묘법연화경의 내용 중 "upāya"가 궁금하여, 석사 논문을 쓰고, 묘법연화경의 무정물도 불성이 있다고 하는 "일체개유불성(一切皆有佛性:모든 것이 다 깨달음을 이룰 수 있는 불성이 있다. )"에 매력을 느껴 박사논문까지 쓰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인사동 고서점에서 만난 그 옛 친구는 젊은 날 10년이 넘게 나의 동반자가 되어있었다. 그리고는 귀국 후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며 마치 "네가 인생고를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철학을 한다고!"라는 말이라도 하듯 대장간의 칼처럼 불속과 물속을 넘나들며 한참을 헤매고 다녔다. 어쩌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삶 속에 휘몰아치면서 살다 보니 이제는 모든 일들에 대해 그저 무덤덤해졌다.

벌써 재작년이 되었네! 12월 12일 새벽 3시쯤 목이 조여들며 숨이 쉬어지지 않아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들어가 바로 수술실에서 전신마취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서 며칠 있다가 그 뒤 일반병동으로 이동하여 또다시 몇 차례의 전신마취 수술과 크고 작은 수술을 하며 나의 인생과 삶에 대해 방관자가 되었다.

내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자 그리도 달려왔던가!

왜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자꾸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갈까?

내가 잘못 생각하고 행동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 평생 내가 정하고 실천한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하였는데!

요즘은 후회하지는 않지만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제대로 하고자 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점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점검하게는 되었다.

네 번이나 전신마취의 대수술을 겪어내며 아직도 살아 있다 보니 모든 것에 대해 미울 것도 싫을 것도 불편할 것도 없이 그저 무덤덤해진다.

그렇다고 의욕이 없는 것이 아닌 어쩌면 내 인생에서 여태까지 해온 일에 대해 그저 내 방식대로 총정리를 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한편으로는 스스로 위안하며 그래 맹자에도 있잖아!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맡기고자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여 그래도 끝까지 지켜내는지 달구고, 그 근골까지도 힘들게 하며, 심지어는 치사하게 굶주리게까지 하고, 삶을 궁핍하게 하여,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게 한다고 하지 않았나!. 이는 마음을 흔들어 인내를 가르치고, 그동안 해내지 못했던 일에 능숙해져 더 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하였지 않은가 말이다!. (天將降大任於斯人也,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行拂亂其所爲, 所以動心忍性, 曾益其所不能.)

그래!

그저 무덤덤하게 순간순간 매일매일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해보자꾸나!

그저 여태까지 해왔던 탐구생활에서 알게 된 지식 지혜를 조금은 더 풀어서 전달하는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

갈 때까지 가보는 거야!

힘내!

스스로에게 용기도 주고 위로도 하고 때로는 꾸짖기도 하며 얽힌 생각을 풀어내본다.


마음은 내었지만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작성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산책길에 이계선생께서 탐구하고 글 쓰고 산책하시던 터가 있어 잠시 멈추어 가끔 여쭤보기도 하며 매일매일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

인사동의 고서점에서 만난 옛 친구는 지금도 나의 동반자가 되어 이 밤도 함께 하고 있다. 20250803


작가의 이전글You mean everything to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