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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울 Dec 04. 2023

내게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

 자기계발 강연을 좋아하는 내게,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발견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자존감’이다. 그 키워드가 계속해서 살아남는 것을 보면 한국 사람들에게 자존감을 높이고 싶은 욕구가 꽤 큰 것 같다. 나 또한 그 중의 한명이고. 한창 내가 후킹되었던 문장 중 하나는 ‘자존감이 낮은(혹은 높은) 사람들의 특징’이었다. 영상을 보면 하나같이 나의 약한 지점들을 건드리고 있었다. 그래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더 열심히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무분별하게 콘텐츠를 접하기 바빴던 나에게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대체 난 무엇을 위해 자존감을 높이려 하는 걸까? 돌이켜 보면 나의 포커스는 타인의 시선에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자존감이 높은 사람으로 보이길 바랐다. 타인의 공격적인 말에 쉽게 상처받는 약한 나를 들키고 싶지 않았고, 그 생각의 기저에는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고집이 있었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에 나를 묶어두는 한, 나는 절대 자존감을 높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포커스를 타인이 아닌 나에게 가져오기 위해 무던히 애쓰는 중이다.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메세지는 결국 하나다. ‘내가 나를 사랑해줘야 한다’는 뻔한 말. 하지만 귀에 못이 박히듯 들었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진리라는 뜻 아닐까. 건물의 뼈대가 튼튼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재료를 덧대도 무너지는 게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았지만, 내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은 나를 칭찬하는 것이었다. 대개 자기 전에 속으로, 가끔은 오글거림을 참고 혼자 거울을 보면서 칭찬을 해줬다. 나를 칭찬하는 게 처음에는 정말 어색했다. 뭘 칭찬해야 할 지도 잘 떠오르지도 않았다.


 난 칭찬이 인색한 집안에서 자라, 칭찬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 그래서 기분좋게 칭찬을 해주는 친구들이나 새언니와 대화하며 ‘아, 이럴 때 기분이 참 좋구나’하는 순간들이 오면 어떻게 칭찬을 하는 지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른 친구들에게 비슷한 상황에 적용해보곤 했다. 지속적인 노력 끝에 주변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은 제법 익숙해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의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스스로를 칭찬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사소하고 자잘한 것들로도 나를 칭찬할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버스 기사님께 기분 좋게 인사했다거나, 아침에 이부자리를 깨끗하게 갠 것 등등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 나를 칭찬하며 느낀 점은, 일상 속에 '내 존재가 소중한 이유'가 참 많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돌보는 일에 소홀해지곤 했다. 그럼 어김없이 마음이 가난해졌다. 기억이 날 때만 간헐적으로 하다 보니 잊는 횟수가 늘어나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어려웠던 탓이다. 그런데 우연히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보다가 해답을 얻었다. 이 드라마에는 다양한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 우울증 환자에게 정신과 의사는 칭찬일기를 써볼 것을 제안한다. 환자는 칭찬일기에 매일 한가지씩 채우며 점차 마음이 치유됨을 느낀다. 여기서 칭찬일기는 내게 중요한 key가 됐다.


 말로 전하는 칭찬은 휘발성이 있다. 그래서 깊이 저장되지 않는다. 반대로 칭찬 일기는 차곡차곡 기록되어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 때 어느 때고 열어볼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내게 더 깊이 각인시킬 수 있다. 따라서 칭찬 일기를 일정 시간을 정해 매일 작성해 보기로 했다.


 노력 중이지만 평소 다이어리도 잘 적지 않는 내게, 매일 칭찬일기를 적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잊지 않고 나를 향한 칭찬을 한마디씩 잘 적고 있다. 언제든 이 글이 나를 슬픔의 구렁텅이에서 건져줄 수 있도록 기원하면서. 언젠가 일기가 없어도 '너는 정말 잘 하고 있다'고 매일 힘을 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좋겠다.


오늘의 칭찬 한마디는 이렇게 써야겠다. “소파에 누워 쉬고 싶었을텐데, 꿋꿋이 컴퓨터 앞에 앉아 오랜 시간동안 글을 퇴고하고 완성한 너를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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