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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마음아 Aug 31. 2024

마흔, 글쓰기 좋은 시간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두는 글쓰기

작가라면 글쓰기가 힘들고 외로운 싸움이어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가 않아서 고민이다. 남들이 보면 뭐 이딴 사람이 다 있나 싶겠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머리가 아닌 몸이 글을 쓴다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자판에 손을 얹혀 놓으면 손가락이 알아서 자판을 두드린다. 혼자서 글을 써오다 보니 나도 모르게 배인 습관적 글쓰기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일어나자마자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삶에 대하여 이제 50을 바라보는 마흔의 시간에 대하여..


마흔, 참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 나이인 것 같다. 서점에 가면 마흔, 이란 단어로 들어간 제목들에 눈이 먼저 간다. 이 사람은 마흔을 뭐라고 정의했을까? 고작 마흔밖에 안 됐음에도 삶의 무게는 1000T의 무게처럼 아슬아슬한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자식을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오는 걱정과 근심,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직장, 고집 센 마누라의 바가지, 여기저기 내 시선과 마음을 흔들어 놓는 갖가지 유혹들을 버티기엔 버겁기만 한 나이 마흔이다. 자존감을 지켜내기엔 그동안 많이 닳고 닳았다. 그래서 마흔을 불혹이라고 부르나 보다.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할 나이 마흔.


어느 땐 빨리 무너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매를 많이 맞아서인지 맷집도 생긴 것 같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인생에서 매번 매를 맞는 기분으로 살아야 했다. 경직된 몸과 마음은 곧 병으로 이어졌다. 빨리 부자가 되고 싶었고, 성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편히 쉬고 싶었고 남들 보란 듯이 자랑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정도를 가르쳤고 삶의 정수를 배우라고 말했다. 아주 뻔하고 식상한 일이지만 그랬다.


심하게 두드려 맞은 어느 날 '길 위의 꿈'이란 낯선 단어가 가슴을 후려쳤다. 어쩌면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늘 허기졌던 나를 책 읽기의 세계로 끌어들였을지도

그날부터 돈이 없어도 책은 사서 봤다. 지상 최대의 부르주아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남편은 이런 나를 한심하게 바라봤다. 한량이나 하는 짓을 내가 하고 있으니 간혹 가다 쓴소리를 흘려댔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무기력하고 답답한 삶들이 계속됐고 한줄기 희망이란 것도 사치에 불과했다.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매 순간 어디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그곳이 바로 책이었다. 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술이나 쇼핑, 핸드폰이었다면 지금보다 삶은 더 피폐해졌으리란 생각을 한다.  책을 주어 담고 글 쓰며 난폭한 마음을 깎아 나갔다. 마음이 조급했는지 아무리 좋은 책을 다수 읽어도 분노는 해결되지 않았다. 분명 책을 읽으면 사람이 좋아지고 순해진다고 들었는데 어찌 된 게 나는 책 따로 마음 따로 놀았다. 낮엔 책 읽고 밤에 온갖 남 탓에 일그러진 분노의 글쓰기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감사일기도 소용이 없었다. 종이책 한 권을 다 채웠던 감사일기 뒤에는 현실과 동떨이진 삶이 이어져 나갔다. 괴리감이 들었다. 현실은 이런데 이상만 잔뜩 부풀려져 버렸기 때문이다. 백만장자, 블로그 글쓰기 월 1000. 따라 하면 누구나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제목들은 급한 내 마음을 더 뒤흔들어 놓았다.  더 짜증이 나고 감정이 일어났다.  오히려 나에겐 독이 되었다. 차라리 그런 감정을 직면하고 바라보는 것이 훨씬 더 유리했다.

쓰다 보면 내 감정들이 보이고 그 애매모호했던 분노가 정직하게 드러나 정의되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자 아, 나는 이런 것들에 분노하고 이런 것들을 참미 못하는구나를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방법을 찾아 그 분노를 조금은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무겁던 마음들이 하나 둘 벗겨져 나갔다. 마음이 숨을 쉬니 쉽게 올라오던 감정들 역시 순화되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예민하고 날카로왔던 신경들이 조금은 쉴 수 있어서 편안해졌다.

그렇게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읽고 쓰고를 반복했다. 그 반복의 힘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젠 글을 안 쓰거나 읽지 않으면 뭔가 찝찝한 마음까지 든다. 


애쓰고 노력했던 날은 한 줄도 안 써지던 문장들이 마음을 놓아두자 신기하게도 글쓰기가 쉬워졌다. 부족함을 알기에 부족한 만큼만 쓰면 되고 잘 안 써지기에 안 써지는 만큼만 쓰면 되기 때문이다.

억지 노력은 오히려 글이 매끄럽지 않고 힘이 잔뜩 들어가 있어서 읽는 독자들도 힘을 주고 읽어야 하기 때문에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삶에선 자연스러움이 가장 좋은 것 같다. 가뜩이나 힘주고 살아야 하는 이 시대에 조금은 마음을 놓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글, 이 글을 읽고 난 독자들이 나도 책이나 좀 읽어볼까? 글이나 좀 써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잔뜩 들어간 힘을 가볍게 하고 인생을 즐기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100미터 달리기 하듯 말고 정주행으로 오래도록 마라톤 하듯이 삶의 모든 진수를 다 바라보며 생의 곳곳에 기회가 있고 도전하는 묘미가 쏠쏠하다는 그 뻔한 말이 뼈에 사무치도록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렇게 마음 놓고 노력할 것이다. 삶을 위해 사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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