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살아있어서...
20살의 우린
뭘해도 예뻤다.
대학교 캠퍼스를 누비며 재잘재잘 대던
그날의 가을 그리고 비.
우산을 던져놓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너와 나는 물웅덩이를 힘차게 걷어 차며
가장 예쁘게 웃고 있었다.
6명의 촌스런 친구들은 모두 서울로 상경했고
각자 취업에 성공했다.
결혼을 했고
하나, 둘 아이를 낳았다.
그중 누구보다 빨리 결혼을 했고
누구보다 빠르게 혼자가 됐다.
먼저 우울을 겪었고
크게 좌절하고 실패를 경험했다.
도토리 키재기지만
가장 똑똑했다는 내가
가장 멍청하게 살고있었다.
그래도 친구는 친구다.
각종 대소사관련 연락과
불쑥 보고싶다며 연락해서는
우린 언제나 20대의 시간으로 돌아가 있다.
"우울에 빠지기만 해봐!" "가만 안둘테니까!"
여전히 시끄럽고
여전히 포근하다.
너있어 든든했고
너있어 웃게된다는 우리
그러다 그 아이가 말을 꺼냈다.
"넌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왜 한번을 연락도 안했냐"며 속상해 했다.
어떻게 지나왔냐는 말에
나 역시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나는 어떻게 그 시간들을 건너왔을까 생각해봤다.
죽고싶은 마음이 들때마다
기한을 정했다.
18살엔 40까지만 살아보자.
40에 또 한차례 우울이 찾아 왔고
아이들 다 클때까지만이라고 살아냈다.
18살엔 오기로 버텼다.
'질긴놈이 이긴다'
나를 무시했던 너를 밟아버리면 되지않나?
혼자서 잘났다며 인생 다 산 노인처럼 굴었다.
아는게 없어서 대단히 용감했다.
40살, 전부 돌려받았다.
말 함부로 한 죄
마음보 다스리지 못한 죄
저만 우울하고, 저만 착한 사람이고
저만 억울하다고 저만 피해자라고
연민에 갇혀 살다가
그 좋은 재능 다 가졌음에도
오랜 시간 방치하다보니 무뎌지고
사라지더라는...
뭔가 일이 터지면 나는 혼자서 해결하려고
안감힘을 썼다. 그리고 그 일이 마무리 지어진 후
글로 적거나 지인에게 말할 수 있었다.
문제도 혼자 풀어내야 하듯이
잠시 누군가는 도와줄 수 있지만
결국 그 문제는 내가 풀어내야 할
내것이다.
나는 지금의 시간을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건너왔구나!
내가 결국 해냈구나!
죽을 것만 같았던 고통이 훈장처럼 박혔다.
처음이다. 다른 어떤 상장보다 더 뿌듯하니 말이다.
다시 돌아가도 그만큼은 해내지 못했을것 같다.
늙어감이 고요해졌으니
나는 나의 50대가 더 기대된다.
좋은 사람과 친구 그리고 스승님까지
함께 있는 이 시공간으로 와줬다는 사실
내가 다시 나로 살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같은 삶이다.
이렇게 웃어도 되나 싶을 만큼 삶의 하루하루가 눈부시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