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아이
어제 큰 녀석이 집에 잠시 들르러 왔다.
일본 해양을 돌면서 체험을 나간다는 말을 했다.
그동안 배면허를 두 개 정도 땄다고 한다. 녀석이 선택한 진로는 해양 기사다.
큰 배를 몰고 세계를 누비겠다는 아이의 꿈은 막연한 꿈이 아니라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엄마로서는 걱정되는 직업이지만 아이는 적성에 맞다며 즐거워한다. 그래... 그럼 된 거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아련하다.
그러면서 가방을 챙기며 책장을 두리번두리번 거린다.
"뭐 읽은 만한 책 있으면 골라가"라고 말하자 아들이 엄마가 추천해 달라며 요청을 하기도 한다.
많이 컸다. 중학교 1학년쯤 무기력한 모습으로 내 앞에 왔을 때 억장이 무너져 내리던 그날에 비하면 오늘의 너의 변화는 실로 감동에 가까웠다.
먹이고 재우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곁에만 있어줘야 했던 시간들
스스로 다 채워질 때까지 천천히 그의 속도를 따라가야 했던 시간들은 사실 말을 안 해서였지만 무척 견디기 힘들었다. 그때 그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아서 자책으로 이어졌다.
그래도 엄마니깐... 그날의 나보다 아이가 더 크게 다가왔다.
중3학년 내내 아무것도 안 하던 그 친구에게 유일한 하나는 책을 보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아이에게 많은 책을 읽어줬다.
그런 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내게 던진 말이 "엄마 나 사실 책 읽기 싫었어요"라는 말에 충격이 컸다. 아,,, 나는 또 일방적인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아이는 밖에서 뛰어노는 것을 더 좋아했고 그래서인지 아빠와 궁합이 더 잘 맞았다. 낚시놀이 오토바이 타기, 등산하기, 캠핑하기...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에서 에너지가 딸렸다. 정적인 나와는 완벽하게 다른 사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고 그 무기력한 아이는 TV 없는 시간 동안의 놀 거리를 찾았던 것이 책이었다. 아이와 함께 카페에 죽치고 앉아 책을 보며 지냈다. 무기력이 조금씩 벗겨지자 씻는 모습이 늘어갔다. 밖으로 나가 햇볕을 쬐며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그렇게 한 권 두 권 책 읽는 양이 늘어만 갔다.
고등학교에 간 이후로 내 시야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도서관에서 최신 경제서며 심리서를 읽어대고 있다.
그리고 내 집에 오면 항상 책장에 서성거린다.
고등학교 2학년이 읽기엔 어려워 보이는 책들도 제법 잘 골라간다.
감사한 순간이다.
너를 잃게 될까 봐 무척 무서웠고 두려웠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내가 없어도 잘 살 것만 같아서 기쁘고 행복하다.
뭘 하든 건강하고 자신 앞의 생을 멋들어지게 살다 갔으면 좋겠다.
이젠 두려움보다 믿음으로 사랑으로 아이를 맞이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이는 아이의 길을 잘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