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박물관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물보다는 생동감 넘치는 미술관을 선호하는 편이라, 국내외 어디를 여행하든 박물관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곤 했다.
하지만 이번 대만 여행에서는 그 유명한 ‘옥배추’ 하나만큼은 직접 보고 오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국립고궁박물관에 발을 들였다.
박물관이 싫다던 나의 선언이 무색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자기와 정교한 옥기, 화려한 회화들 앞에 서자 어느새 나는 누구보다 신난 관람객이 되어 있었다.
지루할 거라 단정지었던 박물관이었는데, 서너 시간이 눈 깜짝할 새 흘러갔다.
드디어 마주한 옥배추는 기대만큼이나 근사했다.
한 뼘 남짓한 크기 안에 배추 잎의 미세한 결은 물론, 그 위에 올라앉은 여치까지.
단단한 옥에 새겨진 그 섬세한 생동감에 감탄만이 터져 나왔다.
내친김에 기념품 하나라도 챙겨오고 싶었지만, 실물의 영롱함을 도저히 담아내지 못한 기념품에 차마 손이 가지 않아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옥배추에는 ‘재물을 불러온다’는 기분 좋은 의미가 담겨 있단다.
그 뜻을 미리 알았더라면 실물보다 조금 덜 예쁜 기념품이라도 덥석 집어왔을 텐데, 뒤늦은 아쉬움이 못내 밀려왔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보낸 뜻밖의 몰입.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내가 다 안다고 자부했던 나의 취향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엔 여전히 내가 모르는 나의 즐거움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