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이안공원에서 타이베이 101의 화려한 야경을 구경하고 내려오던 길, 어느 과일가게 앞에 발길이 멈췄다.
대만 여행자들이 입을 모아 극찬하던 ‘파인애플 석가’를 드디어 영접할 기회였다.
가게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관광객보다는 동네 주민들의 달콤함을 책임질 것 같은 소박한 모습이었다.
가게 안 인자한 인상의 부부 내외와 나 사이엔 공통된 언어가 없었다.
믿었던 번역기마저 무용지물이 되어 돌아오던 그때, 결국 만국의 공통어인 ‘바디랭귀지’가 등판했다.
파인애플 석가를 가리키며 엄지를 척 올리자, 사장님도 화답하듯 격하게 엄지를 치켜세우셨다.
너무 푹 익은 것 같은 녀석 대신 조금 더 싱싱한 것으로 바꿔달라는 내 서툰 몸짓에 사장님은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놓으셨다.
잘 익은 것은 “투데이”, 이틀 뒤에나 먹어야 할 것은 “투데이, 투데이, 투데이”.
내일모레 먹으라는 말을 이토록 리드미컬하게 설명해 주시는 센스에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내친김에 옆에 있던 낯선 생김새의 ‘자바애플’에도 관심을 보이니, 사장님은 다시 한번 석가와 자바애플을 번갈아 가리키며 ‘더블 엄지 척’을 날려주셨다.
사장님의 그 유쾌한 확신에 홀린 듯, 석가 두 개와 자바애플 한 바구니를 기분 좋게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처음 맛본 파인애플석가는 소문대로였다.
연유를 퍼먹는 듯한 진한 달콤함과 잘 녹은 버터 같은 부드러움.
진짜 지금까지 먹어본 과일 중에 가장 달았다.
함께 사 온 자바애플은 석가와는 정반대의 매력이었다. 아삭한 식감 속에 배어 나오는 은은한 단맛과 청량함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사장님의 말씀대로 이틀 뒤 꺼내 든 마지막 석가는, 첫날보다 훨씬 더 깊어진 달콤함으로 여행자의 밤을 완벽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낯선 이방인과 현지인 사이의 긴장은 그 짧은 단어의 반복과 유쾌한 손짓 속에 기분 좋은 웃음으로 달콤하게 녹아내린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