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도서리뷰

도둑맞은 집중력

얼핏 보면 집중 맞은 도둑력, 제대로 보면 도둑맞은 집중력

by 이현

no. 4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잠자리에 들기 전 습관적으로 충천하고 있던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SNS 속 짧은 동영상을 시청하고,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빠른 속도로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심한 경우 두세 시간이 흘러있다. ‘말도 안 돼. 핸드폰 잠깐 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니!’ 다급하게 핸드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지만 이미 잘 시간을 놓쳤고, 그때부터 잠 못 이루는 밤이 시작된다.


나에게 스마트폰과 SNS 계정이 생긴 이후부터 이런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왔다. 그러던 어느 날 무언가 배우기 위해 유튜브의 10분짜리 영상을 틀어 놓고 집중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고, 핵심정보만을 추리기 위해 빠른 속도로 책을 훑고 있는 나를 알게 됐을 때 나는 그제야 인지했다. ‘내 집중력에 문제가 생겼다!’

도둑맞은집중력.jpg poto by. 이현

「도둑맞은 집중력」은 이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집중력 저하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관한 책이다. 집중력과 관련된 수많은 과학적 자료와 전문가들의 인터뷰 내용뿐 아니라 작가의 경험담도 함께 쓰여있어 공감하며 읽기 좋다.


책에서 집중력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을 비만율 증가에 빗대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오늘날 서구 사회의 비만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의 질이 나빠지고, 운동량이 현저히 부족하며, 생활방식이 극적으로 변화하여 생긴 사회적 유행병이라는 견해처럼 집중력 문제 또한 이와 비슷한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많은 사람이 집중의 어려움을 겪을 때면 그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내가 의지가 없어서 그래’ 혹은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래’ 아니면 ‘이게 다 스마트폰을 많이 써서 그런 거야’라는 식으로 자신을 책망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요한 하리’는 이제 집중력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에 조직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p. 23-24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집중력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들이 있으며, 이 책을 통해 그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독자가 개인의 책임을 다하는 것을 나 또한 강력하게 지지한다. 그러나 이 주제에 관한 기존의 책들과 달리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다. 그러한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게 해서는 문제의 한 단면만 해결할 수 있을 뿐이다. …(중략)… 조직적 문제에는 조직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분명 우리는 이 문제에 개인적 책임을 져야 하지만, 동시에 더욱 뿌리 깊은 요인을 없애기 위해 집단으로서도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


어느 순간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사람은 유능한 사람,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못 하는 사람은 무능한 사람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연구 결과 인간의 뇌는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 일에서 저 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뿐이다. 우리 뇌는 멀티태스킹이라는 명목하에 끊임없이 혹사당하며 이 과정에서 ‘전환 비용 효과’까지 발생한다. ‘전환 비용 효과’란 생각하는데 시간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작업 전환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결국 멀티태스킹은 고효율을 추구한 행동이지만 오히려 저효율의 행동이다. 이뿐만 아니라 여러 증거에 따르면 인간은 멀티태스킹을 하는 과정에서 잦은 실수를 하며, 창의력과 기억력 또한 감소한다고 한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처리하는 것이 유능하다는 사회 풍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저자는 멀티태스킹의 부작용과 더불어 과도한 업무로 인한 수면 부족, 소설과 같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긴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능력 저하, 우리를 각성상태로 만들어 느린 집중을 하지 못하게 막는 거대 테크 기업들, 값싸고 형편없는 식단에서 환경오염까지 사회 시스템 면에서 개인의 집중력을 앗아가는 여러 문제를 지적한다.


저자는 이러한 원인으로 개인당 20~30% 정도의 능력 저하를 일으킨다고 할 때, 이는 인간종 전체에서 엄청난 양의 지적 능력 상실이라 힘주어 말한다. 집중력 저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이고, 기후 위기와 같은 큰 문제에 인간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함을 의미한다며 독자들에게 현대 사회가 직면한 이 문제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집중력의 세 가지 형태 ‘스포트라이트(즉각적인 행동에 집중하는 것)’ ‘스타라이트(장기적인 목표에 적용할 수 있는 집중력)’ ‘데이라이트(자신의 장기적 목표를 파악하게 해주는 집중 형태)’를 소개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또 다른 집중력의 형태 ‘스타디움라이트(집단의 목표를 세워 함께 이루고자 하는 집중력)’를 제시하고 글을 마무리한다.

출처. pixabay

거시적인 규모에서 보면 개인의 행동으로 사회가 얼마나 바뀔 것인가에 대해 회의감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를 위해 개인의 작은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작은 움직임들이 중요하다. 개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잔혹한 낙관주의가 아닌 진정성 있는 낙관주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집중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에 나 또한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크게는 집중력 부족 문제로 생길 사회 위험으로부터 우릴 보호하기 위해, 작게는 개인적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싶거나 집중력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도움받고 싶은 이에게 추천하는 책「도둑맞은 집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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