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가면을 쓴 집착과 광기, 드클레랑보 증후군
no. 5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속담을 곡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속적인 사랑 표현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무조건 얻을 수 있다는 착각,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행동으로 상대에게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행위. 현대 사회는 그 행위를 ‘스토킹 범죄’라고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이자 성공한 과학저술가인 ‘조’는 그의 오래된 연인 ‘클래리사’와 함께 공원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행복감에 젖어있던 그때, 갑자기 멀리서 큰 고함 소리가 들리고, 그들은 아이 혼자 타고 있는 헬륨 기구가 공중에 떠오르는 사건을 목격한다. 사방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빠르게 모여들었고, 그들은 기구를 붙잡기 위해 기구와 연결된 밧줄에 매달린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돌풍에 기구는 더 높이 올라가 버리고, 누군가 밧줄을 놓으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모두가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이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생명을 먼저 구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만, 마지막까지 줄을 놓지 않았던 ‘존 로건’은 결국 추락 사고를 당하게 된다.
p.28
나는 누가 제일 먼저 밧줄을 놓았는지 그때도 알지 못했고 그 이후에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 사람이 나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모두가 자신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중략)… 그러나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는 한 팀이 아니었고 아무 계획도 없었으며 의견의 일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합의를 깰 일도 없었다. 실패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가 옳은 결정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이것이 합리적인 수순이었다고 다들 만족했을까? 우리는 결코 그런 위안을 얻을 수 없었다.
패닉에 빠진 ‘조’는 ‘로건’이 추락한 장소로 정신없이 달려가고 그곳에서 ‘패리’를 처음 만나게 된다. 그 만남 이후 ‘패리’는 ‘조’에게 이상하리만큼 광기 어린 집착을 하며,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기 시작한다. ‘조’는 이런 ‘패리’의 집착적인 행동들로 인해 심한 불안감을 느끼며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그의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심지어 그의 연인 ‘클래리사’는 ‘조’가 예전과 달리 많이 변했다며 이별을 통보하고, 안정적이던 ‘조’의 삶은 ‘패리’에 의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p.242
어떻게 하면 우리가 그 사랑과 즐거움과 편안한 친밀감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클래리사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고, 경찰은 내가 바보라고 생각했다. 한 가지는 확실했다. 우리를 있던 자리로 되돌리는 일은 오로지 나의 과제라는 것.
소설 「견딜 수 없는 사랑」은 비극적인 사건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는 주인공 ‘조’가 ‘패리’를 만나게 되면서 정서적으로 고립되어 가는 과정과 자기 확신으로 이를 이겨내려고 하는 심리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또한 소설 속에는 현재 조현병, 망상장애의 일종으로 알려진 ‘드클레랑보 증후군’이란 독특한 소재 활용과 마지막의 부록까지 읽어야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반전 매력이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조’의 심리변화를 따라가며 끊임없이 추리하는 것이었다. ‘패리’는 과연 실존 인물일까? 아니면 ‘조’의 망상이 만들어 낸 부산물일까?
이 리뷰에서는 책의 재미를 한층 더 더하기 위해 안 가르쳐 드린다. 결말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읽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