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간의 전자책 제작기
처음 제목은 '150일간의 전자책 제작기'가 아니었다. '전자책 출산기'였던가. 정말 내 심정 그대로였다. '출산'에 버금가는 일이었다. 때려치우고 싶기도 했고, 이게 맞나 싶기도 했고. 생각보다 오래 걸린 이유는 퇴고였다. 진짜 마지막 퇴고라 생각하고 건방지게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여기 올리고 나면 더 이상 고치지 말자고. 그러다 어느 날 프롤로그를 다시 읽는데 엉망이었다. 프롤로그 한 문장을 고치니 그다음도 그다음도.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포기. 다시 손을 대는 데까지 정말 오래 걸렸다. 그러다 브런치에 올리던 제작기도 중단. 교만하게 쉽게 마지막이라고 글을 올리는 일은 다신 없겠지. 호되게 배웠다.
두 달 정도 손대지 않던 이 책을 다시 손댄 건 순전히 진작 만들어 둔 책표지 때문이었다. 표지가 너무 맘에 드는데 버리기 아까워서. 표지에는 와인병이지만 솔직한 심정은 소주병도 몇 병 들어갔어야 했다. 어쨌든 지난주 일요일 밤에 밀리에 등록을 신청했고 예상대로 오늘 공개되었다. 베러댄낫띵의 세 번째 전자책. 첫 번째 에세이집. PDF 파일로 만든 첫 번째 전자책. 처음으로 50페이지를 넘긴 나의 책. 혼자 신나서 교보와 알라딘에도 입점 문의 메일을 보냈다. 1시간도 채 안 돼 날아오는 회신. 입점계약은 무리 없어 보인다. 콘텐츠를 알아서 제공하겠다는데 누가 막을까. 이젠 그런 세상이 온 것이다. 아니, 진작 왔다.
애초 밀리의 서재에만 있으려 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실력이 미천하니까. 겸손하게. 그런데 오늘 생각을 바꿨다. 스마트스토어도 준비 중이다. 문 닫고 있던 블로그도 다시 열 생각이다. 한 마디로 문어발 공격 개시. 근데 이거 병인가? 자꾸 다음 책은 뭘 할까 생각하게 된다. 브런치의 소중함도 새삼 깨달았다. 전에 문득 떠오른 이야기를 소설이랍시고 적은 글이 있는데 거기에 살을 보태 처음으로 원고지 200매 30장 분량의 초단편 소설을 썼다. 내 인생 최초로 완성한 소설을. 결과를 두고 본 후 감감무소식이면 이런 소설을 모아 또 책을 내면 된다. 이럴 수가. 뭐든지 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세상이라니. 영상으로 글로 뭐든지.
이런 판 위에서 모두 행복한 글생활 해요, 같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