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무려 19년 전이다.
당시 나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백수였다. 자고로 백수는 취업을 해야 하는 법. 예나 지금이나 취업시장은 만만찮다. 어딜 어떻게 취업해야 하나 고민하던 봄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중 또 한 명의 백수와 의기투합했다.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로. 그녀는 나와 같은 초중고를 나온, 자매나 다름없는 존재. 우리는 백수의 시간을 쪼개 5월 황금연휴에 3박 4일 제주여행을 떠났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만 자랐다. 부산도 가보고 강릉도 가봤지만 제주도는 내가 가 본 그 어떤 곳과도 아예 다른 종류의 공간이었다.
‘뭐지, 이 사방이 녹색인 건?'
'뭐지, 저 야자나무는?'
백수 둘은 렌터카에 흥분을 가득 채우고 제주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하귀애월 해안도로. 왼편엔 한라산, 오른편엔 푸른 바다. 옆에는 친구요, 우리에겐 자유뿐이었다. 죽인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현재는 이 해안도로에 빈틈없이 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당시엔 한적했다. 인적도 차도 드물었다. 당시엔 제주 서쪽에서는 그나마 한림공원이나 협재해수욕장 정도가 유명했지 한담산책길도 무명의 동네길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차를 몰아 애월항 부근까지 갔다. 그리고 그 근처 횟집에서 제주 도착 기념 첫 식사를 했다. 백수 둘이서 큰 맘먹고 '회'라는 걸 시켰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우리는 나온 음식에 당황했다. 접시 사이즈는 큰데 내용물은 차갑고 딱딱하고 생선은 별로 없고.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관광지의 횡포인가, 우리가 당했구나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스끼다시란다. 횟집을 제대로 와봤어야 말이지. 아니 그리고 스끼다시 접시가 이렇게 크니까 헷갈리지요, 사장님.
서울 촌년들의 유쾌한 기억, 제주 여행 첫 에피소드.
그곳이 바로 애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