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밤이에요!
브런치 신청하려고 세 편의 글을 정성껏 썼어요. 이번엔 잘 쓰려고 하기보다 정말 편하게 나오는 대로 썼죠. 그래! 이건 진실된 글이야! 가식이 거의 없다고! 이 정도면 합격시켜주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브런치 둘러보다 보니 다섯 번만에 되신 분 제목이 눈에 띄었어요. 아_ 나는 뭘 믿고 이러나, 안되려나 싶더군요. 안되면 글을 얼마나 더 써서 신청해야 하나.. 싶었죠. 그런데 오늘 합격했어요. 어제 신청하고 이틀 만에요. 고맙습니다 브런치!
글쓰기를 어릴 적부터 좋아했어요. 물론 읽기도 좋아해요. 읽는 행위 그 자체를 좋아하고 읽다가 어떤 구절이 가슴을 팍 치면 잠깐 멈추고 그 뭐랄까 심장이 떨리는 그 순간을 느끼는 걸 좋아해요. 좋은 문구는 왜 사람한테 동기부여를 주고 힘을 주잖아요. 용기도 주고. 그런 순간, 그런 글이 너무 좋아요. 나를 막 가슴 뛰게 하는 글이요.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거 아니고 글쓰기가 제일 쉬웠어요. 또 쓰면서 재미있고요. 글을 쓰기 시작하면 어려움 없이 몇 장이고 쓸 수 있었죠. 초등학교 시절에는 글짓기 상도 많이 받았어요. 중학교 때 교내 글짓기 대회 며칠 후였어요. 국어 선생님이 수업 들어오시더니 제 이름을 부르면서 누구냐고 물으셨죠. 손을 들었더니 "글 잘 썼어요" 하시더군요. 전 내심 제가 상을 탔구나 싶었죠. 그런데 웬걸 아무상도 받지 못했어요. 뭐지? 싶었지만 그 기억을 끝으로 더 이상 학창 시절에 글을 쓰지 않았어요.
그러다 이십 대 중반 무렵부터 다시 글을 쓰고 싶더군요. 하지만 쉽지 않았어요. 십 년 이상 글 한 줄 안 썼는데 어떻게 글이 나올까요.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기도 힘들더군요. 그 후에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하면서 또 몇 년이 흘렀고요. 그래도 지금 보면 그나마 절 살린 게 블로그예요. 블로그 한지 햇수로 12년째인데 그래도 나름대로 꾸준히 이런저런 글을 올리면서 글쓰기의 끈을 놓지 않았어요. 고마워 블로그!! 그런 거 보면 정말 간절히 원한다는 건 꾸준하게 이어간다는 거고, 우주가 도와준다는 건 꾸준히 이어온 노력이 어떤 성과를 낸다는 의미일까요? <연금술사> 읽으면서 이게 대체 뭔 말이야 했었는데 오늘 밤에는 이런 식으로 해석이 되네요.
네 문단이나 썼는데 아직 소감을 말하지 않았다니. 제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오만가지 생각들을 브런치에 적으면서 정리해서 내보내려 해요. 아주 많은 글을 통해서, 그리고 나를 아는 그 어떤 누구도 없는 상태로 솔직하고 거침없는 글을 써서요. 어떤 대가를 바라는 건 아니고 그렇게 제 머릿속에서 내보내야 제가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요. 배설하면 개운하듯이 머리를 비우고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아, 이 사람은 이런 경험을 했고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같이 읽어요. 그러다 혹시 저의 어느 문장이 당신에게도 어떤 영감을 준다면 그건 정말 영광 중의 영광일 거예요. 아름다운 밤은 깊은 밤 속에 있군요. 오늘 밤은 제가 기분이 좋아서 이래요.
아니 그래서 소감이 어떻다고? 좋네요, 그리고 외롭지 않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