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유나 Jun 03. 2022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더럽게 글 안 써지는 날




목요일이다. 내일이 금요일이라는  하나 보고 버티지만 그래도 힘든 날이다. 보통 일하고 와서 만사 귀찮으면 저녁 대충 차려주고 침대에 누워 버리는데 오늘은 운동까지 다녀왔다. 역시 힘들어도 운동을 하고 나면 다시 힘이 솟긴 솟는다. 저녁 9 무렵부터 분위기 잡고 얼마 전에 안방  구석에 마련한 이케아 1인용  책상에 앉았다. 적당한 음악도 유튜브로 틀고 글을 쓰려 폼을 잡는데 어째  풀리지가 않는다. 그러던 중에 딸이  나와보란다. 나와서 이런저런 영상을 보여주며 나보고 아이돌 춤을 따라 춰보란다.  내가  이걸 춰야 하나 하면서도 사춘기 딸과의 소통을 위해 몸을 흔들어 본다. 보더니 딸이 실소를 터뜨린다.



 아무리 웃겨도 선생님이 그렇게 대놓고  터지면 되겠어? 거울에 비친 ,  이렇게 덩실대고 있는 걸까. 아이돌은 각이  잡혔던데. 내심 궁금해하는데 딸이 유튜브에서  내용대로 설명을  준다. 춤을  추는 사람과  추는 사람의 결정적 차이들을 시범을 보여주며 말이다. , 이거 설명해 주려고 춰보라고  거구나. 근데 어쩌나 엄마는 도통  알아듣겠는데? 알아듣는 네가 대단하다 . 그런데 엄마는 말이지 이런 칼군무 노래 말고 리듬에, 살짝 끈적거리는 힙합 R&B 음악에 몸을.. 암튼 그런 음악에 추는 춤을 좋아해. 아니 좋아했지. 근데 그런 춤이 뭐냐고? ... 그냥 어두운 클럽에서  먹고 추는 ?



  보라는 딸아이 원망을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와 앉았더니 이번엔 아들이다. 아들은 다른  밖에 화장실에서 해도  똥은 안방 화장실에서 싸야 한단다. 맙소사. 이제   문이 열리면 퍼져 나올 쟤의 똥냄새까지 내가 맡아가며 글을 써야 한다니. 노트북 옆에 틀어 놓은 유튜브 화면, A Luxury NYC Apartment With An Amazing View Outside Window - Jazz Music for Relax and Study, 고급진 뉴욕 야경에 냄새   같다. 미안하게시리. 사람이 혼자 있을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는 말이 있던데 생존까지는 아니어도 이건 정말 우울하다. 그렇지 않나. 그래서 다들 카페에 가서 글을 쓰는 걸까? 적어도 거긴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인물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버티고 꿋꿋이 뭔가를 써보려는데 마지막은 남편이다. 불쌍한 직장인, 일하느라  마시고 들어왔나 본데 남편은 정말 술을 1 못한다. 아니 삼켜서 마시긴 마시는데 술이 해독이  되는 건지 얼굴은 불타고 잠은 쏟아지는 타입이다. 아버님도 맥주  잔만 마셔도 변기 뚜껑 부여잡고 쓰러진다고 하니 부전자전 인증이다. 힘들어하는 남편까지 있으니 아무래도 오늘 저녁 글쓰기는    같다. 문득 결혼은 외로움과 자유의 맞교환이라는 생각이 든다. 12시가 넘어가서야  빼고 나머지 식구가  잠이 들었다. 결국  밤이다. 다음부터는 글쓰기를 포기해야  때는 빠르게 포기하는 편이 낫겠다. 포기하고 구씨를 추앙했더라면  번도  추앙했을 시간이다. 그래도 이도 저도 아닌 날마저도 뭔가 적는  좋다. 좋아서 하는 짓이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 작가 합격 소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