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지

그냥 그랬다구

by 이유나





아주 오래전 일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시어머니께 내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다. 결혼한 직후는 나를 뭐라고 부르셨는지 잘 모르겠다. 호칭이 있었다면 아마도 '아가'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안 어울리는 호칭이다. 다 큰 여자한테 '아가'가 뭐람. 하지만 '아가' 호칭은 2년을 못 갔다. 아이를 낳고 나니 바로 'OO애미'로 바뀌었다. '아가'도 마음에 안 들지만 이건 더 별로. 매미도 아니고.





그러다 세월이 흐르면서 유튜브도 숏츠가 대세, 뭐든 짧은 게 대세듯 나의 호칭도 더 짧아졌다. 물론 현재도 '애미'는 유효하다. 앞에 붙었던 아이 이름은 사라졌지만. 간혹 '애미'보다 더 짧은 '야'도 듣는다. 뭐 나쁜 감정이 담긴 건 아니다. 시골 사는 어르신이 영 못 하실 말도 아니고. 그리고 자주 들은 것도 아니다. 한두 번 들었을까. 아니 세 번? 부엌에서 뭐 좀 가져오라고 시키실 때나, 지금 이 음식 간 좀 보라고 하실 때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듣긴 분명히 들었다.





호칭이 이렇게 짧아지리라 예견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난 내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주변에 보면 며느리 이름을 불러주는 경우가 요즘 많으니까. 더 나아가 며느리를 '희망이'나 '사랑이'로 부른다는 애정 넘치는 시어머니도 봤다. 뭐 그 정도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내 이름. 그게 좋다. 그래서 어느 날이다. 한 10년도 더 된 어느 날. 큰맘 먹고 시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내 이름을 말해보자. 신호가 간다. 하나 둘 셋. 딸깍. 전화를 받으셨다.





어머니: "여보세요"

나 : "네! 저 유나예요!"

어머니: "누.. 누구?"

나 : "아.. 저 OO애미요!"

어머니: "아, 그래!"





내가 너무 이름을 빨리 말해서 못 알아들으신 걸까? 속도까진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빠르고 안 빠르고는 잘 모르겠지만 하나 분명한 건, 아마 어머니 핸드폰에 저장된 내 번호는 내 이름으로 저장된 건 아닌 듯.





그럼 나는?

내 핸드폰에 우리 시어머니는 어떻게 저장되어 있나. 한글로 또박또박 '시어머님'이라고 저장해 둔 것을 언젠가 바꿨다. 그러고는 바꾼 것조차 잊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엌에 있던 내 핸드폰이 울렸다. 초등학교 1학년 정도였던 딸이 핸드폰을 가져다주며 말했다.





"엄마! 밀한테 전화와!"

딸은 그게 누군지 모르지만 영어를 읽을 줄 아니 ‘밀’이란다. 요번 추석, 나는 그녀에게 무엇으로 저장되어 있는지 확인해 볼까 싶다.

나에게 그녀는 Mother-In-Law지만

그녀에게 나는 Daughter-In-Law가 아닌 건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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