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기업 김부장...
이 드라마를 마냥 웃으면서만 볼 수가 없다.
나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아마 내 주위 사람들 모두 그렇지 않을까.
남의 일이 아니다.
2023년 여름.
출근하려고 옷까지 다 입은 남편이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뭐 할 말 있나?
비스듬히 몸을 세워 쳐다보니 남편이 한마디 던진다.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나 회사 그만둔다"
이 말이, 이 순간이 처음은 아니다.
세 번째 정도 될까.
17년 다니면서 세 번 정도 들은 거 같은데
한 5년 전에 처음으로 한 번,
그리고 두 번, 그리고 오늘.
그러고 보니 텀이 점점 짧아졌네.
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전에 두 번이 그래도
‘나 회사 그만둘까?’ 이런 느낌이었다면
오늘은 다르다.
결심은 진작 했고 단지 '통보'다.
출근한 남편은 그 길로 회사에 퇴직을 고했고
몇 달 후 진짜로 퇴직했다.
17년, 그리고 그전 회사에서 5년.
약 22년간의 회사생활에 마침표를 쾅.
난 그냥 담담했다.
물론 5년 전에 처음 들었을 때는
애들이 아직 어려서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고
결사반대를 외쳤다.
안 된다고.
두 번째는 처음보단 기세가 줄었지만
그래도 난 반대하는 표정이었던 것 같다.
뭐 먹고사나, 애들 어떻게 키우나.
그런데 이번엔 이상하게 두렵지 않았다.
그래, 설마 굶어 죽겠냐.
뭘 해도 살아지겠지.
그렇게 힘들면 당신부터 살고 봐야지.
그만두십쇼!
애들도 전보다는 컸겠다,
나도 10년 가까이 이 알바 저 알바 하다 보니
맷집이 커졌는지 이전만큼 두렵지 않았다.
저녁에 남편이 일찍 퇴근해 들어왔다.
회사에다 말했다고.
그래..
괜찮아. 잘 될 거야.
그동안 고생했어. 좀 쉬어.
뭐 이런 느낌으로 대화를 나눴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나고 기억나는 건 이거다.
"근데 어쩌지..?"
"왜?"
"나 하루에 세끼는 못하는데..."
"괜찮아"
아, 그리고 기억나는 게 하나 더 있다.
이번엔 남편이 말했다.
"주식을 전업으로 해보려고"
내 눈알이 터져나갈 것처럼 튀어나왔다.
......???????
이게 웬 맥락이 여행 떠난 소리?
"사실..
그동안 주식으로 수익을 좀 봤거든.
당신한테 말은 안 했지만."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 내 눈알.
"그리고 코인도..."
우리 집에 워렌이 있었던 거야?
세상에나.
아니 자기야, 진작 말을 하지.
솟아날 구멍 발견.
그 당시 나는 믿고 싶었다.
그가 '초심자'가 아니라 제발 '워렌'이기를.
일단은 그게 유일한 동아줄이었으니까.
끊어지는 데 그리 오래 걸리는 줄은 아니었지만.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