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히 길을 재촉하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혹여 누가 나를 뒤쫓고 있는지 뒤를 경계하며 샅샅이 둘러봤다. 구멍이 숭숭 뚫린 해묵은 보퉁이를 보물처럼 꽉 품에 안은 채, 앞서있는 누군가 뒷꽁무니를 뒤쫓는 내가 오늘따라 더욱 한심하다. 아무도 욕심내지 않은 낡은 보퉁이 속 깊이 숨겨둔 하찮은 모조품을 진품이라며, 보물이라며 스스로를 속이는 내가 싫다.
더듬이를 잃은 개미처럼 가치를 상실한 목표를 향해 헛심을 쓰는 모자란 놈. 이유도, 근본도 없는 불안감에 스스로 불쏘시개가 되어, 역한 연기를 피워내 들이마시며 환각을 보는 모자란 놈. 갈팡질팡하지 말고 차라리 제자리에 주저앉아 버리지. 왜 달 보고 짖는 개처럼 의미 없는 몸부림으로 자신을 학대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늦은 오후.
하늘 가득한 잿빛 먹구름이 잠시 틈을 보여준 사이로 햇볕이 빼꼼히 내 세상으로 흘러내렸다. 그 순간 어디서 왔는지, 샛노란 날개를 개구지게 팔랑이는 노란 나비가 늦은 인사를 하는 햇살을 반가워한다. 거무룩한 세상 속에선 세월에 묵은 먼지묻은 해바라기그림처럼 탁해 보이던 날개가 조명처럼 밝게 쏘아지는 햇살 속에선 해맑게 보인다. 말갛게 팔랑이는 나비가 무척이나 애닯다.
모기향처럼 치명적인 불안감에 몸을 맡겨 계속 몽유할까? 아니면 해맑은 샛노란 나비를 엿보는 참새가 되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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