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달빛과 별빛 그리고 작은 풀벌레소리가 하릴없이 나를 괴롭힌다.
아득히 들리는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의 배기음과 타이어의 집착에 비명을 지르는 아스팔트.
한 손으로 툭 불어져나온 관자놀이의 두툼한 혈관을 톡톡 두드리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도 마음은 이미 창밖세상을 상상하며 멀리 떠나버렸다.
손에 잡은 볼펜으로 떠나버린 마음을 소환해 보려 알 수없는 주문을 적어보지만 손끝마저 어지러워진다.
차라리 창을 닫고 커튼으로 세상을 가려 눈과 귀, 마음을 속여볼까?
하지만 이미 떠나버린 마음을 부러워한 눈과 귀 그리고 서서히 녀석들에 동조해 가는 몸뚱이.
그래. 차라리 시원한 소나기라도 내려라.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이 흠뻑 젖게.
세상을 깨우는 우뢰소리와 달빛과 별빛을 지워버리는 하얀 섬광.
그리고 저멀리 바다위에서 준비중이던 돌개바람과 먹구름이 무대위 조명이 밝혀지자 서둘러 휘몰아친다.
콰광. 쏴아아.....휘이잉...
은밀히 냄새를 풍기며 유혹하던 밤하늘은 순간 차려진 무대위 검은 장막에 가려져 존재는 잊혀진다.
하지만 잊혀진 존재의 유산은 여전히 남아 쏟아지는 빗줄기과 돌개바람에 녹아들어 자극적인 냄새를 풍긴다.
검은 망 사이로 가끔 굵은 빗방울이 뚫고 들어와 하얀 타일을 깜짝 놀라게 한다.
투둑..
어느새 까끌한 턱수염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덜컹이는 창문과 그런 창문을 흘러내리는 물방울, 그리고 세찬바람에 점점 기울어지는 빗줄기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래. 어쩔수 없지.
컵에 남아있는 음료를 홀짝여 입술을 적시자, 이미 흠뻑 젖은 마음이 어서 가자고 재촉한다.
그래그래....
© vicfurtuna,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