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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ty Aug 11. 2022

골목길 악취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어슴푸레한 골목에 들어섰다.

몸을 휘감는 지독한 악취가 흐르는 이곳은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

사멸한 마을의 망령, 바스라지는 거적대기를 휘날리는 서낭당 나무를 닮은 늙수그레한 전신주.

햇볕조차 괴괴한 이곳.

거뭇한 전봇대엔 하얗게 새는 삶의 흔적이 덕지덕지 나이테가 지난 처연한 밤에 생겨났다.

항상 그래왔던 일처럼 누덕한 전신주 아래에 아무렇게나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 풍기는 야릇한 유혹은 어릴적 내 뾰족한 발가락을 적시던 어둔 담벼락에서 맡던 냄새다.


악취는 기생 벌레처럼 내 몸을 공유한다.

골목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는 고향의 이정표다.

우연히 스치는 증오스럽고 이가 갈리는 악취에 틈을 살피던 기생충이 동종의 냄새에 발광을 한다.

어질한 악취로 내 숨을 뺏어 멀어져가는 동종에게 애끓는 구애를 하며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목구멍에 가득 찬 역한 구토를 참으며 돌아본 곳에 반드시 내가 있다.

그들도 회를 치는 기생충이 역겨울테지.

하지만 길 저편의 날 애써 외면하며 흐트러진 가면을 추스른다.

익숙한 악취가 멀어지길 몽롱한 시선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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