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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ty Jul 28. 2022

기억

투박한 강철 격자무늬 계단을 올라서면 그곳 특유의 쇠냄새와 숨 막히게 하는 보일러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속을 미슥거리게 하는 냄새에 숨을 거세게 두세번 짧게 내뱉으며 내 손을 잡고 가는 엄마를 따라 어딘가로 앉았다. 많은 사람들의 부대낌에 윤기가 반질한 보들한 느낌의 파란의자에 앉아 양손으로 보들거림을 즐기며 달랑거리는 다리를 달랑이며 엄마를 재촉했다.


"엄마, 언제 출발해?"

"인제 가니까 가만히 있어."


바리바리 들고온 짐을 머리위 선반에 힘겹게 올리던 엄마치마를 붙잡는 내게 귀찮은듯 짧고 빠르게 대답하고 엄마는 바닥에 있던 다른 가방을 집어들었다. 잠시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창밖을, 그리고 아직 어둑한 이른아침 첫차에 종종 걸음을 치는 사람들을 흥미있게 쳐다보며 빨리 이 커다랗고 기다란 덩치가 움직이길 기다리던 그순간!


빠아앙....


내 작은 몸이 찌릿할 정도로 커다란 굉음을 낸 기차가 거친 수증기소리로 힘을 주며 커다란 덩치를 덜컹하고 움직였다. 보들하고 반질거리는 파란의자의 털을 이리저리 쓸며 결이 바낄때마다 보이는 다른 모습에 신기해하던 나는 깜짝 놀라 옆에 있던 엄마팔을 붙잡고 살아움직이는 풍경을 바라봤다. 엄마는 가져온 가방과 보따리를 다 정리했는지 숨을 돌리며 창밖의 풍경을 보고 계셨다. 


드디어 움직이는 기차. 


버스와는 다른 결로 느긋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덜컹이는 움직임에 점점 익숙해질 때쯤, 이제는 질려버린 바깥풍경과 기차 내부의 나른함 열기에 내 스위치가 깜박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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