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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ty Sep 08. 2022

미아

고개를 슬며시 오른쪽을 젖혔다가 반대편으로 고개를... 생각나지 않는 무언가가 눈앞에 있기라도 한 듯 멍하니 응시하다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갑갑한 숨을 내쉬었다. 생각을 곰곰이 정리하다가 문득 지금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괜히 눈썹을 긁적이며 '나'를 그려보려 해도 선 하나 그을 수 없다. 내가 원하는 '나'는 얼마든지 그려낼 수 있는데.


현재의 '나'는 잃어버리고 달콤한 환각에 사로잡혀 있다. 내가 보는 거울 속의 나와 타인의 눈동자에 비친 나는 같은 사람일까?


집단이 풀어놓은 바이러스에 감염돼 자신을 망각해 버린 걸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기생체에 잠식된 숙주가 되어 그들 집단에서 함께 어울려 삶을 즐겼으면 좋겠다. 어설프게 세뇌에서 풀린 주저앉아버린 못난이는 자리에서 일어설 힘조차 없다.


눈부신 태양 세례를 받으며 하릴없이 망상 속 이상을 소망하며 히죽댔다. 하지만 예정된 축복이 끝나고 물러나는 햇빛의 끝자락을 붙잡고 칭얼대 보지만 나의 시간은 끝났다.


다가오는 어둠이 싫어 호롱에 불을 붙였다. 조잡한 호롱에서 나오는 빛은 그림자를 더 슬프게 한다.

슬픈 그림자는 다시 꿈을 꾼다.


저기 눈을 멀게 하는 관능적인 불빛 아래 녹아내리는 '나'를 그린다.



- '인간실격'의 요조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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