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아빠

아빠가 사무치게 그리운 시간

by 나린


사과의 고장이라 불리는 대구가 나의 고향이다. 대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게 아빠와의 추억은 유달리 아련하게 남아있다. 3월 아카시아꽃이 만발하고 망개나무가 풍성할 때쯤 아빠와 손을 잡고 거닐던 약수터는 이제 아주 먼 옛 추억이 되어버렸다. 아빠 손을 잡고 걷던 길은 이제 마음속에만 남은 따스한 풍경이다.


패션의 도시답게 섬유 공장이 많았던 대구에서 아빠는 섬유공장을 하셨다. 형형색색 아리따운 천을 몸에 휘감고 공주놀이를 했고, 더 넓은 초원을 연상케 했던 공장 부지엔 사과나무가 즐비했다. 좋았던 시절도 잠깐이고 섬유공장의 부도로 아빠는 간암이라는 무거운 선고를 받으시고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의술이 발단된 요즘도 생존율이 적은 간암은 40년 전 당시엔 사형선고를 받음과 같았다. 병원에서 포기한지라 죽어도 집에서 죽겠다던 아빠는 결국 병원 생활을 접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집에 돌아온 아빠는 세 밤만 자고 일어나겠다 나와 약속하셨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정확히 3일째 되던 날 영원히 눈을 감으셨고, 어린 나의 가슴은 끝없는 슬픔으로 물들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지금 그때의 아버지가 짊어지셨을 삶의 무게가 새삼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어깨 위에 얹힌 세상의 무거움을 묵묵히 견디셨을 아버지, 그 헌신과 사랑이 이제야 더 깊이 이해가 되니 가슴이 저며온다. 나를 유난히 아껴주시던 아버지의 따뜻한 눈빛과 손길이 사무치게 그립다. 홀로 병석에 누워 감당하셨을 고통을 생각하니 두 번 없을 아픔이 밀러 온다. 아빠...


아빠가 주신 그 사랑은 시간이 흘러도 결코 퇴색하지 않는, 내 영혼 깊이 새겨진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