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잘못이 없다

어린 시절 당신의 감정은 어땠나요?

by 나린


류페이쉬안의 <감정은 잘못이 없다>를 펼쳐 들자마자, 나는 잠시 책장을 덮고 싶어졌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책 속 문장 하나하나가 내 안에 깊이 숨어 있던 감정들을 불러내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러나는 순간,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그것이 책을 읽는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읽어 나갔다. 그러자 무의식 속에 묻어 두었던 감정들이 문득 본능을 건드리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나의 행동은 늘 어른들의 잣대에 의해 평가되었다. 칭찬과 가르침 속에서 옳고 그름이 정해졌고, 그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순간에만 보상이 주어졌다. 당시의 나는 그것이 삶의 당연한 규칙이라 여겼다. 그래서 기억 자체는 차갑지만은 않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슬픔과 아픔이 지금에서야 밀려온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곱씹어 본다. 아마도 그 시절의 나는 감정을 언어로 해석할 수 없는 아이였고, 순수한 마음으로 모든 상황을 ‘일상’이라 받아들였던 존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다르다.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섬세하고 때로는 무겁게 다가오는지를 배우는 과정 속에서, 그 시절의 감정들이 사실은 슬픔이었고 아픔이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때는 감정의 주체가 내가 아니었던 셈이다. 타인의 시선과 기준 속에서 살아가며, 내 감정은 늘 부차적인 것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질문이 자꾸 떠오른다.

“감정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라는데, 나는 과연 내 감정을 온전히 느껴온 적이 있는가?”


나는 그 대답을 쉽게 내리지 못한다. 오히려 나는 잊을까 두려워, 놓칠까 두려워 감정들을 붙잡고 되뇌며 산다. 때로는 이미 지나간 감정마저 다시 불러내어 가슴에 새기려 애쓴다. 마치 감정이란 존재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언어이기라도 한 듯.


그러고 보니, 감정은 옳고 그름으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슬픔이라고 해서 약한 것이 아니며, 분노라고 해서 잘못된 것도 아니다. 그저 삶의 한 순간, 한 장면 속에서 내가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일뿐이다.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억누르는 것이야말로 진짜 잘못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내게 던져준 가장 큰 울림은 바로 그것이었다.

“감정은 잘못이 아니다. 감정은 곧 나 자신이다.”


어쩌면 나는 이제야 어린 시절의 나를 껴안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는 감정이 내 것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는 장면 하나가 있다. 눈물 흘리는 어린 나를 지금의 내가 다가가 꼭 안아주는 장면.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다.


“괜찮아. 그때 느꼈던 모든 감정은 잘못이 아니었어. 그것은 네가 살아 있었다는 증거야.”


"당신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