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가라에서 핀 상상 속 무지개, 기쁨 두 배
나이아가라의 쌍무지개, 그리고 어린 시절의 기억
어릴 적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등교 때마다 학교 앞에서 늘 흘러나오던 노래가 있었다. ‘보남파초노주 빨 아름다운 무지개~’로 시작하던 동요였다. 늘 흥얼거리면서 그때 난 무지개가 빨강이 아닌 보라가 먼저 나타내는 빛인 줄 알았다. 왜 가사를 거꾸로 시작했을까? 1절이 따로 있고 내가 기억하고 있는 가사가 2절인가?
그 노래를 들을 때면, 그때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하늘의 무지개를 상상하곤 했다. 분필로 그린 듯 선명한 일곱 빛깔의 다리가 하늘에 걸려 있고, 그 위를 천사가 건너는 장면을 마음속에 그렸다. 하지만 실제로 무지개를 보고 감동한 기억은 없다. 어쩌면 어린 시절의 나는 현실보다 상상이 더 아름다웠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 세상 곳곳을 다닐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아들과 함께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았다. 쏟아지는 물의 굉음이 땅을 흔들고, 안개처럼 흩날리는 물보라가 얼굴을 감쌌다.
그 순간, 햇빛이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찰나—폭포 위로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하나도 아닌, 두 개의 무지개.
쌍무지개였다.
나는 아들과 함께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물이 만들어낸 빛의 다리 위에, 자연의 신비와 인간의 작음이 함께 서 있었다.
그곳에서 본 무지개는 색깔 이상의 감정이었다. “저건 신이 만든 미소야.” 아들이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풀리는 듯한 평화를 느꼈다.
어릴 적 상상 속 무지개는 이제 현실이 되었고, 그 위에 나와 아들이 함께 서 있었다.
나이아가라의 쌍무지개는 흔히 접하는 풍경이 아니라, 세월을 건너온 시간의 다리였다.
어린 시절 대구의 조등학교 등굣길 소녀와, 지금의 나는 그 다리 위에서 다시 만난 셈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늘 준비된 마음에만 찾아온다는 말을 믿게 된 것도 그날 이후다.
가끔 흐린 날이면, 나는 여전히 그 무지개를 떠올린다.
물보라 속에 빛이 깃들던 그 순간처럼, 인생도 결국은 비와 햇살이 만나야 비로소 아름다워지는 게 아닐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다린다. 다시 한번, 내 인생 위에 무지개가 걸릴 그 찰나를.
그때처럼, 어제처럼 여전히 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무지개 빛의 시작은 빨강이 아닌 보라색 이라며 고정관념을 밀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