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 (3)

-미스터리 어드벤처 예능 프로그램 「여고추리반」시즌1, 2021.

by 백상민

이데올로기를 무너트린 추리반 5인방, 그리고 MZ 세대

"너희 진짜 뭐 하는 애들이야!"

새라 여고 교사들, 즉, 초인간연구회 연구원들이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보여 주는 장치라고 하면 추리반 5인방은 그들에게 골치 아픈 눈엣가시일 것이다. 추리반 5인방에게 “가만히 있어”라고 말해도 그들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은 수동적인 삶을 거부하고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그들의 역할을 찾아 나아갔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의 MZ 세대와 많이 닮아있다. 실제로 맏언니 박지윤(99학번)부터 막내 최예나(99년생)까지 MZ 세대를 중심으로 구성된 출연진을 통해 텍스트는 MZ 세대의 여러 면모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먼저 드러나는 특징은 능동적인 삶을 추구하는 그들의 자세이다. 「여고추리반」 텍스트 속 추리반 5인방은 어른들이 쌓은 부조리 속에서 정의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들은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능동적으로 찾아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인다. 앞서 방탈출 카페의 흥행과 관련하여 MZ 세대의 특성을 언급했듯이, 그들은 부조리나 이데올로기가 그들을 규정화하고 억압하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로부터 탈피하고자 노력한다. 이데올로기가 만든 틀 안에서 그들은 그저 ‘어린 애’로 취급당하며 단편화되었다. 그러나 추리반 5인방은 그 틀을 깨며 “너희 진짜 뭐 하는 애들이냐”는 물음에 “우리는 원래 이런 애들”이라고 답하고 있다.

“그냥 부딪혀보자. 어차피 죽기보다 더해?”

진실을 밝히기 직전 망설이는 추리반 구성원들에게 추리반 리더 박지윤은 이렇게 말했다. 이 역시도 MZ 세대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정신이 묻어나 그들의 능동적인 자세를 부각한다. 또한, 6화의 에피소드 중에서는 S반 선발시험에 대해 추리반 5인방이 고인혜(이승연 분)와 나애리(이가영 분)의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한다. 그리고 여러 증거를 모아 교사들 앞에서 브리핑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팔짱을 끼고서는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그런데도 추리반 5인방은 그들의 소신을 잃지 않았으며 그들이 해야 하는 역할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능동적인 삶 뒤에 따르는 결과와 책임 역시도 피하지 않는다. 부정행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후 사실상 피해자였던 고인혜(이승연 분)가 자살을 하자, 자신들의 행위가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에 그녀를 위해 진실을 더욱 파헤쳤고, 자신들의 주장과 행위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졌다. 즉, 그들이 미치는 작은 영향력까지도 고려한다는 것이다.


또한, MZ 세대의 ‘할 말은 하는’ 당돌함을 그대로 담아내기도 했다. 5화 에피소드에서는 추리반 중 재재와 비비, 최예나가 사서의 부탁으로 도서실 책 정리를 하고 있었다. 사실 도서실 정리를 가장한 채 사건의 실마리가 될 단서를 찾고 있었다. 그러느라 정리를 다 하지 못했고, 자리에서 돌아온 사서는 그들에게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 이것밖에 못 했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재재는 “일주일 전에 저희가 책 옮겨다 드렸는데 선생님도 그 후로 일주일 동안 하나도 정리 안 하셨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웃으며 “책이 너무 많았어요. 죄송해요.”라고 한다. 이는 MZ 세대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그들은 생각을 말과 행동으로 옮기지만, 소위 말하는 예의의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상대에 대한 존중은 기본으로 깔아두되 갑과 을, 상하 관계가 되지 말자는 주의(主義)이다.

이는 텍스트 속 굵직한 사건을 해결할 때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추리반 5인방은 부정행위 사건을 명쾌한 증거들로 해결했다. 그리고 사회과목 담당 교사였던 김정호(문상훈 분)는 그들에게 “이제 어른들한테 맡겨”라고 말했다. 그러자 장도연은 곧바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른들은 아무것도 안 했잖아요?"

이는 지난 2019년 엄청난 화제를 일으킨 EBS 캐릭터 ‘펭수’에 대해 MZ 세대가 폭발적인 지지를 보낸 것과 유사한 형태이다. 펭수는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라고 말하는 등 특유의 ‘사이다’ 발언으로 자기 생각을 말과 행동으로 여과 없이 드러냈고, MZ 세대는 그런 펭수를 보며 자신과 닮아서, 혹은 자신이 그렇게 되고 싶어서 펭수에게 열광했다. 이처럼 ‘할 말은 하고 보는’ MZ 세대의 성격이 「여고추리반」 텍스트 속 추리반 5인방을 통해서도 나타난 것이다.


15화 에피소드 중 등장하는 초인간연구회의 연구실은 거대한 벽으로 이루어진 건물이었다. 박지윤은 이것이 마치 바벨탑과 같아서 인간의 야욕이 만든 공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공간은 인간이 만들어낸 규격과 틀을 상징한다. 그리고 어떤 것이 문인지 벽인지 구분되지 않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추리반 5인방은 벽을 넘어설 수 있는 문을 끊임없이 찾으려 했고, 결국 추리반 중 최예나가 문을 발견해 마침내 문을 열어 진실을 밝혀낸다. 이러한 추리반 5인방의 행동은 인간이 만들어낸 커다란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여 준다. 즉, 텍스트는 문과 벽을 구분하지 못하고 ‘내면화’되어있는 것들 속에 머물러 있는 자들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비밀을 들킨 초인간연구회는 학교 건물에 폭탄을 설치해둔 채 도주를 시도한다. 1991년 새라 여고에서 발생한 가스폭발 사고가 30년 뒤인 2021년에 반복되려고 한 것이다. 이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시사한다. 그리고 반복될뻔한 비극을 막은 것은 추리반 5인방이었다. 이렇듯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며 당돌한 추리반 5인방은 새라 여고를 감싸고 있던 커다란 이데올로기를 걷어낸다.

앞서 언급된 부정행위로 인한 자살 사건의 실체는 초인간연구회가 조작한 사망 사건이었고, 사망자는 고인혜(이승연 분)가 아닌 진실을 알아버린 나애리(이가영 분)였다. 고인혜(이승연 분)는 초인간연구회의 선택을 받아 연구실에 갇혀 약물 투여를 통해 초인간으로 변화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고통받으며 생명에도 위험이 가해졌다. 그리고 추리반 5인방은 고인혜(이승연 분)와 새라 여고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초인간연구회와 대면한다. 이때 초인간연구회 회장이었던 사회과목 담당 교사 김정호(문상훈 분)는 이렇게 말한다.


“인혜는 너희와 같은 보통 애가 아니야. 특별한 아이야.”


새라 여고를 둘러싼 이데올로기에서는 특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 짓고 있었다. 물로 그 기준은 ‘학습 능력’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 커다란 부조리를 무너트리는 것은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아이들’이었다. 우리는 그들의 반란을 통해 ‘특별한 사람’은 ‘특정한 사람’이 아닌 바로 ‘우리 모두’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여고추리반」에서는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MZ 세대의 성격을 보여 준다. 그리고 텍스트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대변한 주인공은 혼자가 아닌 5명이었다. 추리반 5인방은 텍스트 막바지에 폭탄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협력한다. 문이 잠긴 상황에서 문 안쪽에 있던 박지윤과 최예나는 문밖에 있는 재재에게 폭탄 제거 매뉴얼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문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재재는 추리반의 머리가 되어 해결책을 모색했고 박지윤과 최예나는 추리반의 두 손이 되어 행동했다. 또한, 텍스트 전체를 둘러보아도 다양한 문제들을 각기 다른 추리반 구성원이 해결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집단적 주체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MZ 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MZ 세대는 이전의 세대들과는 다르게 ‘느슨한 연대’를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우리가 남이냐?”던 이전 세대 특유의 결속력과는 대비되듯 MZ 세대는 “우리는 남입니다!”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틀에 박힌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사고하고 어떤 것에 결속되는 것을 거부한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무언가에 결속되는 것이 싫을 뿐이지 이것이 결코 그들이 끈끈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MZ 세대는 틀 안에서 단편화되고 동일시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는 그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능동적인 의지로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추진할 때면 연대와 협업도 그 누구보다 끈끈하게 만들어낸다. “MZ 세대는 모래알”이라는 주장을 거스르기 위해 「여고추리반」 텍스트는 5명의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그들은 집단지성을 통해 보란 듯이 어른들이 만들어낸 커다란 부조리를 무너트렸고, 그들의 존재감이 쓸모 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즉, MZ 세대는 다양성과 개성을 겸비하면서도 절대 서로에게 차갑지 않은 공동체인 것이다.


4편(마지막)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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