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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디 Nov 29. 2023

떡볶이가 맛있대요

딸의 친구 초대

 어릴 적부터 가래떡을 좋아했다.

따끈한 가래떡을 먹으면 무미건조하면서도 질겅거리는 식감이 좋았다.

 부산에는 분식점에서 어묵과 물떡을 판다. 집으로 가는 길에 물떡 하나 먹으면 피곤함이 씻기는 것 같았다.

 결혼해서 타향살이 수도권에 살면서 물떡 구경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였다. 나는 그 맛이 그리워 혼자서 어묵탕에 가래떡을 넣고 먹었다. 예전의 그 맛, 감성은 아니지만 위안을 받았다.

 

 여기서 산 지도 15년이 넘었는데 나는 여전히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으니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어떨 때는 사투리가 심하다는 말을 듣고 욱해서 따지기도 했다.

 나에게는 그들의 목소리도 표준어로 들리지 않는데 경상도는 억양이 세서 내 말이 거칠게 느껴지나 보다.

나를 조금 누그러떠려 준 것은 따끈한 가래떡이다.


야채 시장에서 가래떡을 한 뭉텅이 3,000원에 파는 것을 발견한 이후 단골이 되었다.


딸도 나를 닮아 가래떡을 좋아했다.

떡볶이 만들어줄 테니 어서 오라고 전화했더니 싫다고 했다. 옆에서 친구가 그 말을 듣고 먹고 싶다고 해서 곧바로 전화해서 친구를 데리고 왔다.

딸이 친구를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되었다.

가래떡과 어묵, 고추장과 설탕, 육수 한 알, 파를 넣고 보글보글 끓였다.

딸 친구가 먹더니 너무 맛있다고 더 달라고 했다.

요리 칭찬을 받다니!

입맛 까다로운 딸에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다.

재료가 부족해서 라면에 치즈를 넣고 끓여줬다.

이번에도 맛있다고 한다.

가래떡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고 한다.

기분이 좋아 뭐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졌다.


학교 가서 친구들한테 맛있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시큰둥한 딸의 입맛도 친구의 자랑에 우쭐해져서 엄마요리솜씨가 좋다고 말한다.


담에도 떡볶이를 해달라고 한다.

나는 9시가 되기 전에 야채가게에 갔더니 가래떡은 12시쯤 나온다고 한다.

다시 시장에 가서 가래떡을 사들고 오는데 신이 났다.

딸에게 인정받고 싶어서였을까?

맛있는 것을 대접하는 기쁨에서 일까?


사춘기 소녀들에게 떡볶이를 해주며 아이들과 이야기 한번 나눠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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