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딸이 5초 만에 만들어 낸 예상문제 치고는 제법 괜찮았다.
"저번에 OO상점 앞에서 욕을 한 바가지나 퍼붓던 엄마가 있던데. 애가 얼마나 불쌍하던지.. "
딸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혀를 끌끌 찼다.
"아이 목숨이 달렸으니 부모도 공부를 해야지."
왠지 정답처럼 느껴지는 아이의 확고한 말에 나와 남편도 고개를 절로 끄덕였다.
만약에 부모면허증이란 게 있다면 나는 합격했을까? 지금껏 세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경험이 많다고 해서 점수를 잘 받을 거라는 건 착각일 것이다. 어떨 땐 딱 봐도 문제가 뻔한데 정답을 모르겠고 어떨 땐 문제 자체가 헷갈릴 때도 있고 어떨 때는 정답은 확실한데 하나도 안 먹힐 때가 있으니까. 만약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올백을 맞았다고 치자. 그렇다면 정말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있을까? 100% 보증만 된다면야 시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다. 운전 면허증이 있어도 사고는 나는 법이니까.
'12살 아이가 보기에도 좋은 엄마가 있고 나쁜 엄마가 있다면 부모 시험이라는 게 없을지라도 적어도 12살보다는 괜찮은 엄마가 되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해 본다. 그나저나 우리 남편은 이번에 운전면허를 따야 할 텐데. 나도 남편도 무슨 공부가 됐든 평생 해야 되겠다고 다짐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