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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스혜영 Jul 21. 2021


스코틀랜드에서 21세기 방주 봤다!

<영국-인도>

이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큰 도시, 던디(Dundee). 그곳에 있는 V&A (Victoria and Albert) 디자인 박물관을 모처럼 가족과 함께 방문했다. 도쿄 2020 올림픽 경기장을 설계한 일본인 건축가 Kengo Kuma가 이곳을 디자인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21세기에 노아가 방주를 다시 짓는다면 이런 모양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독특하고 세련된 건물보다 내가 더 놀라왔던 것은 갤러리 안으로 안내받아 2층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눈에 띄게 반짝거리는 화려한 드레스를 유심히 보고 있는데 내 귀를 의심할 만한 이야기가 스크린에서 들려왔다. 


“스코틀랜드 역사의 결정적인 측면은 전 세계의 노예와 식민지 사람들의 착취에 의해 뒷받침됩니다.” 

마치 The Great Britian이 Great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듣는 듯했다.

*V & A 박물관 in Dundee는 2020/2021년을 ‘탈식민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원래 작품의 설명이 생략되었거나 무의식적으로 사실을 잘못 표현했던 부분에 대해 라벨을 다시 작성(re-write)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9세기 중반, 직조는 스코틀랜드 서쪽 페이즐리라는 도시의 주요 산업이었다. 인도 목도리에서 그대로 복사된 눈물방울 모양의 패턴이 이곳에서 대량 생산되면서 곧 유럽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페이즐리(Paisley Pattern)의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내가 페이즐리 패턴을 이야기하고자 이 글을 쓰고 싶었던 건 아니다. 


5월 초로 기억한다. 

인도의 하루 코로나19 확진자는 412,262명, 

사망자 3,980명 (5월 6일 기준) 

세계 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인도는 세계적으로 보고된 코로나 19 감염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전체 사망자의 1/4을 차지한다. 


무겁고 참담한 이 소식이 들려올 무렵, 영국 의회에서 총리 보리스 존슨이 이렇게 말한다.  


“인도로 산소발생기와 인공호흡 장치 등 의료물품을 보냅시다” 

“영국은 인도에 도움이 필요할 때 항상 함께할 겁니다”



인도는 90년 동안 영국의 식민치하에 있다가 1947년에 독립한다. 의미 있는 사실은 한국과 독립일이 같다.  8월 15일!


 *19세기 중엽 인도의 대부분 지역을 장악한 영국은 인도인들에게 면화 재배를 강요했고 인도에서 값싸게 사들인 면화로 면직물을 만들어 인도에 되팔았다. 기계로 대량 생산되는 영국의 값싼 면직물이 들어오자 인도의 면직물 산업은 급속히 몰락하였다. 설상가상으로 농촌에 기근이 찾아와 수백만 명의 인도인이 희생되었다.

1943년 인도 뱅골 대기근 때는 무려 200-300만 명이 아사했다. 인도에 주둔하고 있던 주둔군과 여러 장성들은 인도 지역을 지키기 위해 본국에 식량 지원을 요청했지만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전쟁 내각에서 반대했다. (여기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있다) 다행히 1944년 초 늦게나마 호주와 미국에서 식량을 도왔다. 

대영제국이 저지른 최악의 만행 중 하나는 인도 암리차르 학살일 거다. 1919년 4월 13일 바그 광장에서 무차별 발포로 인도 전문가들은 사망자만 1천 명에 육박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인도에 도움이 필요할 때 항상 함께 할 겁니다”

 

같은 광복절 말고는 인도와 아무 관련이 없는 한국인인 내가 봉쇄로 몇 달씩 집에만 찌그러져 있었던 내가  스코틀랜드 이 시골 마을에 평화롭게 살고 있는 내가 보리스 존슨의 말에 가슴이 울컥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영국은 지난 5월 1,200대의 인공호흡기와 산소 농축기 1000여 대, 다른 의료장비와 원격진료 서비스까지 제공해 주었다. 


역사를  re-write 하는 겸손함과 다름을 인정하는 배려, 어려울 때 도와주는 베풂이 The Great Britian이 Great 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21세기 화려한 방주를 지을 수 있었던 지금, 목숨 다해 피 흘렸던 수많은 식민지 노동자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잘했다. 브리튼!!” 


* V & A Dundee 박물관 홈페이지

*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반제국주의 운동/jihak.co.kr 역사책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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