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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스혜영 Sep 09. 2021

코로나 검사 집에서 한다

위드 코로나 <영국>

8월 말,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모든 학생은 코로나 자가진단 후 등교해 달라는 당부의 편지를 받았다.

중학교를 다니는 첫째에게만 해당되는 글이었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 WC, 코로나와 동행해야 한다)’가 일치감치 일상이 되어버린 영국에서 이런 키트는 중고등학생이 있는 가정이나 직장을 꼭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주어진다.

영국 국가 보건의료서비스(NHS)에서 지정된 코로나 자가진단기를 받을 수 있다는 주소로 찾아가니 세 박스를 주셨다. 한 박스에는 총 일곱 세트가 들어있다.



설명서를 받아 찬찬히 읽어가며 면봉을 들었다.

그림처럼 입 안 깊숙이 편도 주위로 4번, 한 콧구멍으로 10번, 친절한 게 보이는 차분한 그림과 달리 아이는 카칵 쾍쾍 푸르르 킁킁 연기만 나지 않을 뿐 뿔난 코뿔소처럼 별의별 소리를 다 질러댄다.

검체가 묻은 면봉을 튜브 안에 넣고 15초 동안 돌리고 모든 액체가 쭉 빠져나가도록 면봉을 눌렀다 뺀다.

그리고 S라고 적혀 있는 테스트기에 용액을 2방울 떨어트린다. 30분 후 확인한 결과는 음성이었다.

검사 중 사용한 면봉, 튜브, 테스트기는 모두 플라스틱 폐기물 봉투에 넣고 버린다.

QR코드가 있어서 검사의 결과를 바로 보고 하게끔 되어 있었다.

처음에 세 상자나 받고 이렇게 많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학교를 가자마자 아이들의 기침이 잦아지면서 2주 만에 7번의 검사를 거쳤다.


어제는 막내 루카스가 기침을 하고 밤새 열이 났다. 자가진단으로는 음성이었지만 더 정확한 검사를 위해 PCR을 예약하고 드라이브 스루 선별 소를 찾았다. 줄이 선 차량에게 영국 국가 보건의료서비스(NHS)에서 지정된 PCR 키트가 주어졌다. 루카스를 포함에 나와 남편도 같이 검사를 했다.

봉투를 열어보니 자가검진키트와 똑같은 방법이었다. 창문을 열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어서 꽉 막힌 차 안에서 루카스의 비명은 시작되었다. 눈물 콧물에 비처럼 흐르는 땀까지. 조그만 구멍마다 자지러지게 쓰디쓴 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루카스는 작년에 영국에 오자마자 한번 그리고 집에서 한번 이번이 3번째 검사였다. 6살짜리 아이가 검사 하기에 이 면봉은 도깨비방망이처럼 무시무시하게 보일 테다.

PCR 검사를 검색해보니 검체에 포함된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단다. 어제 오후에 검사를 했고 생각보다 일찍인 오늘 오전에 결과가 나왔다. 다행히 음성이었다.


음성이라는 좋은 결과에 기쁘면서도 하루에도 코로나 검사 후 폐기물로 버려질 수많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생각하자니 갑자기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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