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사 청탁 후 몰려오는 서글픔

'시민기자'

by 제스혜영

10월, 오마이뉴스에서 2025년 공동기획 <2025 세계 속의 K문화>라는 주제로 스코틀랜드 K문화에 관한 기사를 써 달라고 했다. 한동안 오마이뉴스에 글을 많이 썼었다. 내 글이 메인 페이지에 올라가면서 쓰는 재미가 솔솔 이어졌다. 그러다 제법 모아진 원고료를 내 통장에 입금하려고 보니 지급된 원고료보다 훨씬 적은 돈이 입금되었다. 그때 알았다. 국내 비거주자의 경우 국내세법 규정에 따라 22% 공제 후 지급된다는 것을. 그리고 기사 쓰고 싶은 마음이 확 달아났다.


오마이뉴스에 글 쓰는 걸 멈췄다가 어느 날 기자님의 청탁이 들어오면서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청탁글은 특별비가 괜찮게 나왔기 때문이다. 부탁받은 글인 만큼 나의 정성 또한 가득 쏟아부었다. 기사를 위한 검색과 번역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 시간을 따로 잡아 커피를 마시거나 전화를 하며 인터뷰를 했다. 이 인터뷰가 맘에 들지 않으면 또 다른 사람을 붙들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제일 껄끄러운 건 사진 요청이다. 사진을 찍거나 찍힌 사진을 올려도 괜찮은지를 허락받을 때. 물어볼까 말까를 한참 고민하다 조심스레 말을 건네본다. 이리저리 며칠 동안 모아 둔 글과 사진을 정리해서 완성된 기사를 전송한다. 그러고 보니 시계가 밤 10시를 훌쩍 넘었다.

글을 보내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모든 청탁 기사에 특별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별 원고료'를 책정해 둔 연재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특별 원고료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저번도 이번에도 내가 쓴 글에는 특별 원고료가 없다. 청탁받고 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기사와 차등이 없다니. 갑자기 서글픔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따뜻한 방에서 두발 두 손이 따뜻한데도 어디선가 시린 겨울바람이 가슴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서러웠다.


참다 참다 '오마이뉴스' 박 기자님께 투정을 부렸다. 그리고 이내 답변이 날아왔다.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원고료가 워낙 적습니다.

지금껏 해외에서 노력해 주시는 제스혜영 기자님을 비롯한 다른 시민기자분들의 노고에 대해 저희가 충분히 살피지 못한 듯합니다. "

'죄송하다' '회사에 열심히 의견을 개진해 보겠다.' 박 기자님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어 준 것 같아 고마웠다. 공감받고 았다는 것 같아 기분이 좀 풀렸다. 글 쓰는 박기사님은 제대로 된 월급을 받으셔야 할 텐데. 괜스레 남 걱정도 되었다.


며칠 전 아는 지인이 오마이 뉴스에 실린 내 글을 보고 원고료가 얼마인지 물었다. 내가 육만 원이라고 했더니. (세금 떼고 나면 더 적은 금액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괜찮은 가격이라며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순간 속상했다. 삼 분만에 읽히는 기사가 삼일에 걸쳐 쓰고 지우기를 무한 반복한다는 걸 안다면 속상한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 프로가 아니라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글 쓰는 시민기자분이 많다는 걸. 존경스럽다.


글에 가격을 매긴다는 건 참 어려운 노릇이다. 내 안에 머물다 밖으로 수줍게 나온 창작물이 마치 베이비 같아서 그 따끈따끈한 베이비가 2천 원으로 매겨질 때면 물론 반성도 되지만 엄청 속상하다. 차라리 껌값 보단 반려가 맞는 듯싶다. 매겨진 가격에 기쁘기도 슬프기도 하겠고 응원이 될 수도 부끄러움이 될 수도 있겠다. 부디 글 쓰는 사람에게 응당한 대우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써 본다.


오마이뉴스 앞기사에 실렸던 글입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3179608&PAGE_CD=N0002&CMPT_CD=M0114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저 멀리 틸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