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꽃이 졌다.

by 제스혜영

아빠꽃이 졌다.

81세로 찬란했던 아빠꽃이 졌다.


윤지화 시인의 <안부>가 떠오른다.

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5살, 6살 어린 나이에 한국전쟁과 보릿고개를 힘겹게 견디셨던 아빠.

노래가 흐르면 엉덩이를 들썩이던 아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줄줄 흘렸던 아빠.

슬프면 아기처럼 엉엉 울었던 아빠.

잘못된 것에 대해 옳음을 말했던 아빠.

영국 사위에게 팔짱을 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아빠.

마지막 병원에서도 한사코 금순이를(엄마) 찾던 아빠.

저 멀리 스코틀랜드에서 온 딸에게 이틀간 병원 데이트를 허락해 준 아빠.

학생들 연구하라고 시신을 기증한 아빠.


잘 늙으셨고 잘 지셨어요.

벚꽃이 아름답게 피는 4월, 찬란했던 아빠를 기억합니다.

사랑해요. 아빠.


안부 - 윤진화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에 대해 생각합니다.

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중간생략)

부끄럽지 않게 봄을 보낼 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영원한 귓속말> 문학동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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