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여왕의 장례식인 9월 19일을 국가 공휴일로 발표했다. 학교나 도서관, 레저 시설, 큰 상점과 기업. 모두가 문을 닫았다. 나와 남편도 아이들과 함께 생방송으로 오전 11시 장례식을 참여했다. 세계 지도자들과 왕족이 모인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엘리자베스 2세가 여왕으로 즉위했던 장소이자 필립공과 결혼 한 장소이기도 하다. 엄숙하게 노래가 울러 퍼질 때마다 여왕의 존재가 얼마나 위대했는지 감동의 물결이 소파에 앉아 있는 나에게 까지 파고들었다.
애도는 슬픔도 있지만 여왕에 대한 기쁜 추억을 나누고자 한다. 여왕은 방송을 통해 코로나의 어려움을 우리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이다. 예수그리스도께서 죽음에서 부활하셨고 우리 모두에게 영생을 주셨다. 우리는 주님 앞에서 영생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가사처럼 우리의 영혼이 주님을 맞이할 때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들어오신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자비로우신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여왕의 희망을 공유할 것이다. 그리고 여왕은 섬기는 리더십으로 기억될 것이다. 여왕은 많은 이들에게 신뢰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본이 되셨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서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장례식 연설 -
2분간의 묵념이 지나고 'God Save KIng' '신이여, 국왕을 지켜주소서'라는 국가가 흘러나왔다. 더 이상 퀸이 아닌 킹으로 불려지는 국가가 아직은 낯설게 느껴졌다. 노래가 시작될 때 영국인 남편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옆에 있던 나도 덩달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성탄절마다 했던 여왕의 메시지가 생각난다. 성탄절 메시지는 여왕이 직접 작성한 몇 안 되는 연설 중 하나다. 여왕은 목수일을 배웠던 어린 예수로 시작해서 30대 초반 십자가에 못 박히신 어른 예수의 삶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의 죽음과 부활도. 또 어느 성탄절에는 성경에 있는 선한 사마리아에 대한 설명도 했었다.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 예수께서 말씀하셨던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작년 성탄절 연설 때 여왕은 빨간 옷을 입었다. 9분 넘게 이어지는 마지막 메시지에 여왕은 이렇게 말한다.
"예수의 가르침은 대대로 전해 내려온 제 믿음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보통 성탄절에 등장하는 산타할아버지가 아닌 예수에 초점을 맞춘 여왕의 성탄절 메시지는 항상 놀랍고 경이로웠다.
장례식이 끝나고 여왕의 뜻에 따라 그녀의 관은 웨스트민스터 사원 서쪽으로 40km 떨어진 윈저성으로 옮겨졌다. 윈저 성은 런던의 버킹엄 궁전, 에든버러의 홀리루드 궁전과 함께 영국 군주의 공식 주거지 가운데 한 곳이다. 여왕은 주말 대부분을 윈저 성에서 보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유해가 윈저성에 안치되어 있어 다시 남편 옆으로 나란히 눕게 되었다.
여기 스코틀랜드 친구들에게 여왕의 죽음에 대해 물어보면 보통 반으로 갈린다. 깊은 애도를 표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무관심과 함께 군주제 폐지에 공감하는 친구도 있다. 젊은 친구들일 수록 후자 쪽이다. 여왕 서거를 계기로 앞으로 영국 왕실이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세계가 주목할 것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늦게까지 영상으로 여왕의 마지막을 따라다녔다. 윈저성에서 여왕과 굿바이를 하면서 문득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무리 장수를 한다 해도 돈이 어마어마하게 있다 해도 여왕처럼 위대한 업적을 남겼더라도 죽음은 누구도 외면할 수 없다는 걸 다시금 일깨워준다. 여왕이 믿었던 예수. 예수 안에 영생이 있고 희망이 있음을 나도 믿는다. 캔터베리 대주교가 말했던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서 우리는 여왕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