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RK Apr 17. 2021

[데미안] 어른도 성장한다는 것

처음 입학부터 처음 독립, 직업 구인, 결혼, 부모님이 되는 일까지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 데미안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 1919


  그렇다. 왕창 깨지고 나면 적어도 배우는 것이 있다. 나 이렇게 못난 사람이었구나! 아기새가 알을 깨뜨리듯이 실수를 통해서 그전의 나의 안일했던 생각과 편협한 태도를 버리는 것이다. 내가 성인이 되어서 정식으로 유기동물 봉사활동을 갔을 때였다. 강아지 물그릇 씻기, 강아지 배변 치우기 등등 딱히 상쾌하지 않은 냄새가 났지만 마스크를 쓰고 푹 참고 했다.


  왕왕 짖는 강아지 소리에 점점 체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걸 느끼던 와중에 내가 실수로 견사의 문을 잠그지 않았고 나왔다. 다행히도 훈련사분이 곧바로 오셔서 다시금 견사의 문을 제대로 잠갔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나중에 나는 훈련사분께 내가 견사 문이 제대로 안 잠겼는지 어떻게 아셨는지 여쭤봤다. 그분은 쉽다고 그러셨다. 처음 오신 봉사자분들이 하는 대표적인 '실수'라서 항상 지켜본다고. 나는 비록 처음으로 했기 때문에 실수해도 어느정도 용납된다는 일정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실수가 계속된다면 그건 정말 큰일이다. 실수는 성장한다는 조건 하에 용납될 수 있었다. 맞다 누구나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를 위해서는 성공도 필요하지만 실패도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더 잘 실수 할 수 있을까? 다시말해 어떤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의 수많은 조언과 지식을 얻어 스스로 직접 해보는 경험을 통해서 한뼘 더 성장해나갈 수 있을까?

 

  성장기에 대한 고통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실수에 대해서 세련되고 또한 미학적으로 표현한 작가가 있다 그 작가는 바로 헤르만 헤세이다.


헤르만 헤세는 문학을 좋아하지 않아도 꼭 한번쯤 읽어야 할 청소년 필독서로 손꼽히는 위대한 작품을 썼다는 걸 누구나 잘 알 것 같다. 내가 중학교 삼학년때 본 데미안에서 만난 인물들은 하나 같이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처벌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성숙한 아이로 느껴졌다. 과연 작가 헤르만 헤세도 어렸을 때 그런 아이였을까, 궁금해진다.


  헤르만 카를 헤세는 독일계 스위스인이다. 개신교 선교사였던 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자라났고 외삼촌이 일본에서 활동했는데 당시로는 매우 낯선 직업 경험이라고 했단다. 헤르만 헤세는 어렸을 때부터 종교에 대해 깊숙이 연관되어 있었던 집안에서 태어났고 학교도 라틴어를 배우는 신학교에 들어갔단다. 어라? 데미안에 나오는 줄거리랑 너무 익숙하잖아? 헤르만 헤세는 그렇게 신학자가 되기 위한 교육 과정을 받았다. 그러다가 신학교를 도망쳐 나왔는데 이유는 부적응과 신경 쇠약증이었다. 헤르만 헤세는 당시에 신학교를 뛰쳐나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시인이 되지 못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
- 헤르만 헤세


  얼마나 패기 넘치는 말일까.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는 어렸을 때부터 장래 희망을 강요 당하는 대한민국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누구나 공감될 말이었다. 헤르만 헤세는 방황을 하는 시기를 크게 겪은 화염 같은 사춘기 시기를 겪었다. 많고 많은 직업 중에서도 시인이라니 헤르만 헤세 작가는 낭만이 가득한 아이였던 것이 틀림 없다. 그런 패기 있고 낭만적인 아이가 자라나 세계 청소년들이 꼭 읽는 '데미안'이란 고전 문학 작품을 쓸 줄 그 누가 알았겠느냐만은. 부모님과의 뜻과는 다르게 데미안은 신학 학업을 중단하고 집 밖에서 방황하게 되었다.


  데미안은 당차게 학교를 뛰쳐나와 서점원으로 일하기도 하고 시계 부품공장 견습공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튀빙겐이라는 서점에서 오랫동안 점원으로 일하며 마음을 안정시켰다는 헤르만 헤세는 이때부터 차근차근 자신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시집은 <낭만의 노래>였고 그 뒤로도 꾸준히 산문집, 소설집을 냈다. 작가답게 여행도 즐겼다고 하는데 이탈리아 여행을 하고도 글을 썼단다.


  무명이었던 그가 작가가 되어 유명세를 얻게 된 고마운 작품은 바로 <페터 카메친트>라는 글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일어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꽤나 알아주는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 이건 정말 성공적인 데뷔라고 할 수 있겠다. 6만부 이상이나 판매되었으니까. 오늘날로 치면 베스트 셀러 작가라고 할까나.



  그렇게 성공한 작가로 노년을보내던 헤르만 헤세는 티거랑 레베라는 반려묘를 키웠다. 틈틈이 평소에도 시간을 내어서 고양이와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 특히 ‘정원 일의 즐거움’ 이라는 책에는 헤세가 고양이를 보고 웃는 사진은 누구나 흐뭇한 웃음 따라 짓게 만든다. 이런게 바로 행복이지.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젊을적, 헤르만 헤세는 다른 청소년과는 다르게 신학교를 중퇴한 포기했었다. 그는 조금 늦게 작가가 되었고 방황하는 긴 시간을 거쳐서야 비로소 자기 자신답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청춘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인 그는 사호적인 고독 속에서도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시와 소설을 썼으며 그림도 그릴 기회가 주었던 헤르만 헤세. 어느날 그가 뇌출혈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도 낭만이 가득한 당시대의 시인이자, 저술가이자 탐험가로 계속해서 활동했단다.


요즘에는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실패를 피하고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어른도 어른만큼의 성장이 필요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처음 시도해야할 때가 많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때 비로소 본인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아이처럼 어른들도 실수를 겪으며 성장하는 중이다.    



<instagram @helloreader7>

작가의 이전글 [어스시의 마법사] 환상과 사랑의 연관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