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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 Apr 17. 2021

[어스시의 마법사] 환상과 사랑의 연관성

"사랑하면 콩깍지에 씌인다"는 말에는 이미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다

“대부분의 좋은 것들과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하는 것 자체만으로 족하다.”
- 어슐러 K 르 귄 Ursula Kroeber Le Guin. 1929

양말을 신었다가 벗으면 뒤집어듯이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도 없으면 호기심이나 상상력도 없다.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현실적인 사람일수록 더욱 판타지적인 문학에 이끌린다고 한다. 현실을 꿰뚫어보면 꿰뚫어볼 수록 사람들에게 그럴싸하고 있을 법한 매력적이고 황홀한 요소를 즐긴다는 말이다.


사랑을 할때 상대방에 대해 내가 아는 것보다 내가 모르는 것에 이끌리는 법이다. 그래서일까. 과학공상소설이나 판타지 문학을 읽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연인 관계에 대해서 훨씬 더 성숙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로맨스를 즐겨 읽는 사람들보다도.


공상과학과 성숙한 연애라는 이 신박한 주제의 조사는 미국에서 오클라호마대가 온라인으로 모집한 성인 4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로 미학,창의성,예술 심리학 Psychology of Aesthetics, Creativity, and the Arts 저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팀은 “판타지 장르의 저명한 작가들을 비공적인 커플 상담사로 모실 수 있을 것이라는”재미있는 조언도 했다.

 

오늘날 세계 3대 판타지 문학으로 손꼽히는 작가는 딱 3명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쓴 톨킨, <나니아 연대기>를 쓴 루이스, 그리고 <어스시의 마법사>를 쓴 작가 어슐러 K. 르 귄. 나는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가장 덜 알려진, 그러나 정말 대단히 알고 싶어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판타지 작가인 어슐러 K. 르 귄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양팔을 감싼 그녀의 손에 반지가 눈에 띈다


어슐러 K 르 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태어나 1951년 래드클리프 대학을 졸업했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중세 및 르네상스 시대 로망스 문학 전공 학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했던 그녀는 분명 누구보다도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읽기는 그냥 듣기나 보기처럼 수동적인 행위가 아닙니다.행동이죠. 여러분이 하는 행동. 끊이지도 않고 알아들을 수도 없이 지껄이고 외쳐 대는 매체의 돌격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여러분의 속도대로 읽는 겁니다.

그녀는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 읽을 겁니다>라는 책에서도 읽기에 대한 사랑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녀의 글을 찾아 읽으면 읽수록 정말 그녀가 문학을 온 마음을 다쳐서 사랑했음을 알게 된다. 그런 르 귄은 살면서 20권이 넘는 장편소설을 썼던 다작 작가였다. 장편뿐만 아니라 시집 10여권과 100편이 넘는 단편, 수필집 7권, 아동서 13권 등등 수 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글쓰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모험가였다. 르 귄의 작품은 4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수백만 부가 판매되었다. 특히 여성주의적 시각의 과학 소설을 오랫동안 자신의 목소리를 더더 각별하게 만들었다.


책은 재미있는 물건이다. 첨단기술을 뽐내지는 않지만 복합적이고 극도로 효율적이다. 작고 경제적이며, 감상하기나 다루기나기분 좋을 때가 많고, 수십 년이나 어쩌면 수백 년까지도 갈 수 있는 정말 뛰어난 장치다. 선을 꽂거나 활성화하거나 기계로 실행할필요가 없다. 빛과 사람의 눈, 그리고 사람의 머리만 있으면 된다.단 하나뿐인 무엇은 아니지만, 수명이 짧지도 않다. 책은 오래간다.


  비록 작가 어슐러 K. 르 귄은 향년 88세라는 너무나 젊은 나이에,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삶을 살아가는 데 영감을 주는 사람은 우리에게 흔하지 않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법이다. 나는 아직도 상상력이 기발하고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읽게 되는 그녀의 활력과 생기 넘치는 판타지 문학 작품을 사랑한다.

 

 그녀의 판타지 문학을 읽다보면 아무리 가난하든지, 아무리 훌륭하든지 어찌되었든 인간이라면 단 한번밖에 살지 못하는 우리들의 삶은 모두 한 편의 흥미진진한 판타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불확실성과 실현 가능성으로 굴러가는 쳇바퀴처럼.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삶을 열정적으로 온 마음 바치고 계속해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더욱 더 모두의 불확실성을 사랑하자고, 어슐러 K. 르 귄은 자신의 판타지 작품 속에서 말하고 있었다. 예측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사랑하자. 그럴때 비로소 우리는 삶이 가진 불확실성을 단단하게 믿고 더 생생하게 현실을 바라보면서 자자신의 앞날을 재정의할 수 있다.



<instagram @helloreade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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