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나기]제철과일 한 입에 좋은 시집을 읽으며

여세실 시인의 두번째 시집, 화살기도(믿음사)

by 백기담

8월은 여름의 연속이었다. 숨은 따뜻하다 못해 습하고 따가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많이 보였다. 다른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나는 삶을 즐기기엔 짧으면서도 이상하게 책임질 일들은 많은 오늘이란 하루를 오감적으로 느꼈다. 다들 더운데 밖에 왜 나왔을까?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온 걸까? 책을 읽기위해 하릴없이 카페에 걸어갔다.


한번쯤 꼭 와봐야지 했던 카페에서 시집을 펼쳐 읽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내게는 참 소중한 시집이다. 시를 읽고 여름의 무더위를 이겨내고 삶을 가꾸어나가는 엄마와 아빠처럼 잘 익은 생명들을 뽑아 먹는 것이 제대로 된 보양이었다.


누구나 시편들을 읽고 생각에 잠겨보는 것만으도 쉽게 행복해질 수 있다.


모든 행동마다 행복의 역치가 있다면 이러한 시간들은 매우 높은 확률로 우주의 먼지 같은 나 따위를 반드시를 좀더 행복하게금 만들어주는 일이었다.



사바아사나


여세실


내게 유일하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


내가 가장 손쉽게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이

나를 아끼는 이라는 것을 저버린 채


거울 속의 모든 기다림이 잊혀지고

마침내 너의 입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무엇도 믿지 않은 채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채


한다




카페에 틀려있는 시원한 에어컨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사바아사나"라는 시편을 읽었다. 믿음사에서 발행한 화살기도는 여세실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었다. 첫번째 시집때도 마찬기지로 좋았지만 여세실 시인의 두번째 시집은 다른 느낌으로 성숙하게 여익은 시들이 많이 녹아들어있었다. 제철과일을 먹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시집을 읽으면서 반드시 올 여름엔 제철과일을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여름제철 과일은 인기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복숭아였다. 복숭아는 딱딱한던지 물렁하던지 두가지 방향으로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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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부모님은 부안으로 내려갔다. 특히 부안집에 책임리더로 있으시는 아버지는 복숭아와 천도복숭아를 구분하지 않으셨고 부안에 있는 작은 텃밭에 천도복숭아를 심으셨다. 무더위에 나가 농삿일을 하셔서 보기 좋게 군살이 빠지셨다. 건강한 모습으로 아버지는 천도복숭아를 건냈다. 어머니는 옆에서 부지런하게 오고가면서 상추 군대를 손보고 있으셨다. 아버지였는지 어머니였는지 아니면 두분 다였든지 하여튼 내게 그랬었다.


"여름에 제철과일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 힘이 난다고 이유까지 덧붙였다. 더위를 이겨낸다고. 무더운 여름에 먹는 제철과일처럼 우리는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산다. 소나기가 내리면 물을 빼러 물고랑을 만들고, 더위에 지치면 나무 그늘에 앉아서 쉬어가기고 하는 삶은 건강하고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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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울 수록, 천천히 쉼표를 찍고 갈것


부안집에서 보낸 하루는 행복했다. 예고도 없이 주말마다 불쑥불쑥 부안집으로 내려오라고 그러셨다. 언제든지 환영, 웰컴이라고 그랬다. 엄마는 여전히 도시를 좀더 편안해하시지만 누구보다도 부안집에 자주 내려오셨다. 나도 좀더 자주 부안집에 내려와야겠다는 다짐했다. 가족들과 하릴없이 일하고 밥을 해먹는 시간들이 귀하다는 것을 조금 뒤늦게 깨달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여름은 그렇게 왔다. 내가 여기있다는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시간을 흘러가지 못하게 삶의 밀도를 끈적하게 높여 한자리에 오랫동안 붙잡는다. 뜨거운 살구빛 시간들이 나뭇잎을 꾸역꾸역 익어가게 만든다. 연한 나뭇잎이 초록색 숲이 되기까지. 그러다가 플라타너스 잎이 카키색깔 밀림으로 변하기까지.


아버지는 어느새 환갑이 되었다. 올해는 엄마와 아빠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했다. 올해 결혼 기념일과 환갑잔치를 어떻게 준비할지를 친언니와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당연하게 어머니에게도 물어보고 조언을 구했다. 결국 온가족이 다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러가지 일을 벌릴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 수많은 일 중에서도 내년에 백두산을 오르기로 약속했다. 끈적끈적하게 행복했다. 내년에 백두산에 올라 엄마와 아빠와 언니와 함께하는 순간이 기다려졌다. 그 순간은 반드시 올 것이었다. 강렬한 여름처럼.


그러니까 우리는

좀더 천천히 가도 된다

쉬엄 쉬엄 느긋히





보편지향기도


여세실


막바지에 들어서면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좀 더 천천히

그보다 더 천천히



시집 정보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088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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