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5 : 제조업・AI・로봇 ④ 신입의 멸종 : 걷어 차인 사다리
CHAPTER 1 : 재앙 편 / Part 2 - 2
[ 경력직만 뽑으면 신입은 어디서 경력 쌓아요? ]
한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력 있는 신입’이라는 기괴한 채용 문화가 존재했다.
한 때 '중고 신입'이라는 신조어는
청년들의 울분을 토하는 ‘웃픈 농담’ 정도였다.
그래도 대기업들의 공채는 여전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5년 지금,
이것은 농담이 아니라 전 세계 기업의 생존 공식이 되고 있다.
기업들이 신입을 뽑지 않는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리콘밸리, 월가, 유럽, 일본까지,
전 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AI.
[ 숫자가 증명하는 ‘신입의 종말’ ]
2025 골드만삭스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AI 혁신이 본격 도입될 경우
전 세계 노동 생산성이 약 15% 향상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있겠지만,
일시적이며 결국 AI 관련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그 낙관론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숨어 있다.
‘새로운 직업’에, ‘신입’의 자리는 없다는 것이다.
막연한 공포가 아니다.
데이터가 냉정하게 증명하고 있다.
세계 8000만 개 기업과 6억 명의 고용 데이터를 추적하는
벤처캐피털 ‘시그널파이어(Signal Fire)’의
2025년 인재 현황 보고서는 이렇게 말한다.
・ 대형 기술 기업 : 대졸 신입 채용 25% 감소(2023년 대비)
・ 스타트업 : 대졸 신입 채용 11% 감소(2023년 대비)
이것도 충분히 암울하지만,
시계를 코로나 이전인 2019년으로 돌려 비교하면
신규 채용 상황은 ‘감소’ 수준이 아니라 ‘붕괴’에 가깝다.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신입 채용을 무려 '50%'나 줄었다.
말 그대로 채용 규모가 ‘반토막’이 난 것이다.
스타트업 역시 2019년 대비 신입 채용을 '30%'나 줄었다.
반면, 경력직의 문은 더 넓어졌다.
・ 대형 기술 기업 : 경력 2~5년 차 채용 27% 증가
・ 스타트업 : 경력직 채용 14% 증가
이 데이터가 말해주는 진실은 잔인하다.
기업들은 단순히 사람을 줄이는 게 아니다.
‘가르쳐야 하는 신입’을 50%나 잘라내고,
그 비용으로 ‘AI와 숙련된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신입의 사다리는
중간이 끊긴 것이 아니라,
입구 자체가 막히고 있다.
[ 앗, AI가 신입보다 싸다! ]
기업이 신입을 뽑는 이유는 단순했다.
‘저렴한 인건비의 신입을 뽑아, 교육시키고,
경력자로 키워 회사에 기여하게 만든다.’
그러나 AI의 등장이 이 구조를 완전히 뒤엎었다.
자료조사, 번역, 요약, 기초 코딩, 마케팅 초안 작성, 고객 응대 등
과거 신입 사원들이 선임을 통해 배우며 처리하던 업무들을
이제 AI가 단 몇 초 만에, 더 완벽하게 해낸다.
기업은 깨달았다.
“신입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
경력자 + AI가 바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 지금 글로벌 노동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 빅테크가 보여 주는 미래 ]
미국을 이끄는 ‘매그니피센트 7’(애플, MS, 구글, 엔비디아 등)은
지난 2년간 수십만 명을 해고했다.
그러나 동시에 신규 채용도 진행 됐다.
누가 떠나고, 누가 그 자리를 채웠는가?
주로 해고된 직군은 아래와 같다.
- 마케팅
- 일반 코딩
- 인사
- 고객 상담
- 일반 행정
즉, AI가 가장 빨리 대체할 수 있는 ‘범용 직무’였다.
반면 새로 뽑힌 이들은 이렇다.
- AI 엔지니어
- 데이터 과학자
- 인프라 전문 엔지니어
- LLM 프로젝트 경험자
- 경력 5년 이상의 슈퍼 개발자
구글, 메타, MS 등의 빅테크 채용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그 냉혹한 현실을 즉시 체감하게 된다.
AI・고급 기술 직군의 지원 자격란에는
신입이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나열되어 있다.
- 석・박사 학위자
- 2~5년 이상의 해당 분야 경력자
- 대규모 모델 개발 경험자
- AI 프로젝트 경험자
명목상 '우대 조건'이지만,
이 영역에서는 사실상 최소한의 입장 조건에 가깝다.
그 결과, AI 핵심 직무에서 '완전한 신입'이 설 수 있는 자리는
극도로 축소됐다.
현재 기업은 평범한 직원 100명을 내보내고
그 자리를 AI 인프라와 소수의 고급 전문 인력으로 채우는
‘엘리트 소수정예화’를 진행 중이다.
[ 화이트칼라를 덮치는 AI, 그리고 로봇의 등장 ]
AI는 이미 사무직 전반을 덮치고 있다.
‘문장 몇 줄’이면 할리우드급 영상을 만들 수 있고,
AI의 진단 정확도는 이미 전문의를 능가하며,
석・박사들이 팀을 이루어 1년 꼬박 매달려야 했던 DNA 구조 계산을
AI는 단 하루 만에 끝낸다.
스마트폰 하나면 전 세계 어디든 통역사가 필요 없다.
AI는 책상에 앉아하는 거의 모든 일을 더 싸고 빠르게 한다.
물론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숙련된 인재 1명 + AI의 조합’으로
신입 사원 10명 정도는 확실하게 대체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컴퓨터 안에만 있던 AI가 로봇 기술과 결합해
현실로 걸어 나오고 있다.
이미 테슬라의 자율 주행 차량은 텍사스를 누비고 있고,
지난 ‘EP’에서 확인했듯
로봇 100%로 운영되는 ‘다크 팩토리’는
미래 이야기가 아닌 현재 가동 중인 공장이다.
사무실에는 신입 사원이 사라지고
공장에는 노동자가 사라진다.
이것은 예측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실이다.
그리고 더 무서운 점은,
지금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것.
AI는 몇 년이 아니라
몇 달 단위로 버전이 바뀌고 있다.
2040년,
우리의 일자리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과연 그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