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소개를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교정기관에 입소한 수용자를 보호, 관리하다가 사회로 복귀시키는 교도관입니다.
교정기관이란 곳을 다들 아시겠지만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에 체포되어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미결수용자와 재판에서 형이 확정된 기결수용자가 있는 곳입니다. 미결수용자들이 주로 수용되는 곳을 구치소라 하고, 기결수용자들이 수용되는 곳을 교도소라 합니다.
(일시구금, 노역수용자(벌금미납자), 잠정조치 등등 더 있긴 합니다. 종종 스토킹범죄와 관련한 사람 중 접근금지명령을 위반해서 일시구금 내지 잠정조치 되는 분들이 계시고, 노역수용자는 벌금을 낼 돈이 없거나 그냥 교정시설에서 구금상태로 하루에 일정 금액씩 벌금 대신 자유를 박탈당하는 걸 선택한 분들이 계십니다. )
교정기관에서 근무하다 보면 관리하는 수용자들을 파악하기 위해 개인정보와 범죄사실, 입소경력 등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필요한 이상으로 그 정보를 보지 않으려 합니다. 특히 범죄사실은 그렇습니다. 이 사람이 어떤 범죄로 어떤 피해자에게 어떤 피해를 입히고 체포되었는지 알 수 있는 범죄사실 메뉴가 있습니다.
신규 교도관 아니 오랜 교도관 생활을 하셨던 선배님들 중에도 있을 수 있지만 교도관들이 겪는 딜레마가 꼭 있습니다. 이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특히 사회에서 극악무도한 범죄로, 뉴스에서 많이 언급된 수용자들은 어떻게 면담하고 관리해야 할 것인가. 범죄피해자의 입장에서 이들을 관리하여야 하는지, 모든 수용자를 동일하게 관리하여야 하는지, 모든 것을 잊고 인간적으로 관리하여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순간들이 옵니다.
출처 : mbc뉴스제가 관리하던 수용자 중에 직업훈련과정을 위해 다른 기관에서 이송 온 수용자가 있었습니다. 그 수용자는 수용동에서 도우미로 일하며 배식도 하고, 청소도 하는 모습이 나름 열심을 다하는 수용자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범죄사실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를 울컥거리는 감정과 분노가 저에겐 생겼습니다. 자신의 친자녀에 대한 상해치사 및 사체훼손 및 유기에 관한 범죄사실이 있었습니다.
(자녀살해 후 사체훼손 후 냉동실 보관)
당시 저에겐 1살, 4살 자녀가 집에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더 감정적이 되었던 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 그 수용자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이 불편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정기적인 근무지 변경에 따라 근무지가 바뀌어 그 이후 그 수용자와 마주치진 않았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떨까요? 뉴스에 잔인하게 사람을 살해한 사람들을 마주 앉아 웃으며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들과 10년, 20년을 함께 하고 있는 분들이 교도관이랍니다~^^
수용자 중에는 안타까운 사연의 사람도 있지만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교도소에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두는 누군가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범죄행위로 피해를 주고 심지어 생명을 빼앗아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을 제가 공직자로 일하는 내내 마주하며 관리하고 상담하고 원하는 바를 들어줘야 하는 수용자입니다.
"범죄자에게 인권이 어디 있어?" "사형제를 부활시켜라!" "과밀수용? 외국의 교도소처럼 발도 못 뻗고 자야 그게 징역 아니야?" 등등 수용자 인권에 대한 과도한 보장을 비판하는 소리도 있고, 제가 정보공개와 민원업무를 담당할 때는 수용자 가족들이 "왜 식사 메뉴가 이러냐, 식사량이 부족하다는데 왜 넉넉히 안 주느냐" 등 수용자의 인권을 교도관들이 침해하고 있다는 항의도 많이 받았습니다. 범죄피해자의 입장과 범죄가해자의 가족들의 입장은 많이 다릅니다. 세상 사는 모든 일이 그렇겠죠. 서로 가지고 있는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를 겁니다. 그 가운데 교도관은 어느 입장에 서야 할지 고민될 때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신입의 티를 조금 벗겨낸 교도관이 되고부터는 수용자들의 범죄사실은 필요할 때 외에는 최대한 안 보며 근무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 스스로 오랜 시간 교도관 생활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서로 다른 마음으로 수용자를 마주하면 행동과 말부터 좋지 않게 나갈 것 같고, 실제로도 같은 행동에 대한 반응도 다르게 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도 그렇잖아요. 평소 나랑 친한 사람과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같은 행동을 했을 때 반응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실 겁니다.
그렇게 저는 교도관으로 수용자로만 사람을 마주하며 오늘도 근무를 하려 합니다. 교정시설 안에 있는 때만이라도 범죄사실보다 지금 그 사람의 행동으로 판단하고 관리하려 합니다.
출처 : 법무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