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여행2
자연휴양림 산책, 피톤치드 듬뿍 받기
간단한 아침식사 (고구마빵과 우유)
'남해의 숲'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
양마라뜨 농장에서 양 먹이기 체험
쌍둥이들의 기상시간은 여섯시 반.
원룸이었던 숙소의 특성상, 쌍둥이가 눈을 뜨자 온 가족이 덩달아 하루를 시작했다. 간단한 아침식사로 큰아이들에게는 고구마빵과 우유를, 쌍둥이들에게는 분유를 먹였다. 그리고 편백나무 숲으로 아침 산책에 나섰다.
숙소 문을 열자마자 향기로운 피톤치드 향이 코끝을 스친다. 가는 길 내내 꽃향기 같은 것이 난다. 꽃은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데. 숲길은 내려앉은 이슬로 촉촉하고, 풀냄새며 나무냄새를 가슴 가득히 담아본다.
유모차로 올라갈 수 있는 산책로를 천천히 올랐다. 아이들은 뛰라고 하지 않아도 오르막길을 뛰어올라간다. 그것이 어른과 아이의 다른 점이 아닐까. 고생을 사서 하기. 어른이 될수록 고생을 안 하고 싶어서 점점 더 쉬운 길을 찾게 되는데, 이런 걸 보면 아이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
올라가는 길에 등산하는 두 분이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오신다. 흔쾌히 찍으라고 말씀드렸다. 아이 넷을 홀로 데리고 산길을 오르는 엄마는 사진도 찍힌다. 흔하지 않은 모양이긴 하다.
유모차가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곳에서 뒤를 돌아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영화 한 편을 보여준다. 아직 카페도, 양목장도 문을 열지 않았다. 아침이 여유롭다.
아이들이 영화를 한 편 보는 동안 숙소를 청소한다.
청소 후 '남해의 숲' 카페로 향했다. 이유는? 티라미수가 맛있어 보여서. 나는 달달하고 쓴 아인슈페너와 티라미수,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치즈케이크를 주문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숲 뷰가 너무 좋다. 숲에서 불어오는 향기도 좋다. 계속 앉아서 멍때리고 싶다. 문제는 나는 애엄마라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는 것. 그건 10년 후에 남편이랑 둘이 와서 즐겨야겠다.
후딱 먹어치우고 양마르뜨 농장으로 향했다. 사장님이 도대체 애 넷을 혼자 데리고 여기를 어떻게 왔냐고 하신다. 하다 보면 다 하게 된다고 말씀드렸다.
양들이 참 개구지다. 한 마리는 탈출해서 목동 아저씨 한 분이 잡으러 쫓아다니고 있었다. 아이들은 양이랑 가까이 가기는 무서웠는지 양우리 안에 들어갔다가 겨우 사진만 찍고 나왔다. 사장님이 내가 사진만 찍어주는 것이 아쉬워 보였는지, 사진도 한 장 찍어주셨다.
햇볕도 좋고 양들도 좋다. 농장 위 카페에 가서 망고빙수를 시켰다. 셋이서 먹기에는 너무 컸다. 우유얼음은 아기들도 먹이고, 망고는 큰애들이 먹고, 시원하게 양들을 쳐다보며 여유를 만끽했다.
그리고 다시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남해는 아름답고, 사람들은 여유롭고, 햇볕은 따스하고, 숲내음은 향기롭다. 즐거운 남해 여행. 다음에는 남편이랑 다시 와야지.
네 아이와 함께한 여행은 때로는 정신없지만, 그들의 순수한 기쁨을 보며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언젠가는 이 모든 순간들이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