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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규 Jul 16. 2023

아이의 성품을 명명하기

"너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아이구나."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시인의 꽃이라는 시입니다.


대학교에 갔을 때 한 유학생친구가 수업이 끝나고 나서 울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연유를 모르고 같이 앉아서 친구와 함께 울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친구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는 공감능력이 참 뛰어난 거 같아."

그 말의 울림은 매우 컸습니다.

이전까지 아무도 저에게 그런 말을 해준 적이 없었거든요.

그 말을 듣고 저는 평생 가지고 있었지만 가지고 있는지 몰랐던 저의 재능을 찾은 것입니다.



어린 시절 저는 감동을 잘 받고 쉽게 신나며 눈물을 쉽게 흘리는 제 성품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인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있습니다. 모두가 다 있습니다. 그걸 스스로 찾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아이가 타고난 재능을 살다가 우연히 찾게 될 수 도 있습니다. 저처럼 20여 년이 흐른 뒤에 내가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구나 하고 알게 될 수 도 있습니다.


저희 딸은 도와주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성품인가요?

그런데 초기에 저는 아이가 도와주려고 할 때 혼을 낼 때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요리를 할 때 저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이것저것 만지면

"만지면 안 돼!"라고 화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도와주길 좋아하는 성품은 사람들과 갈등도 일으킵니다.

딸아이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한 행동이지만, 3살 남동생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보고 싶어 하는 나이라서 물어보지 않고 도와주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종종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야. 그건 아주 귀한 성품이야. 다음에는 먼저 "도와줄까?"라고 물어봐줘."


누군가가 나의 성품을 알아봐 주면, 이제 그것은 나의 귀한 성품이 됩니다.

그리고 삶에서 그 성품을 계발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하면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지!"라고 생각하며 자신에 성품에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의 성품에 누군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우리의 성품에 이름을 불러주면 그 성품은 꽃이 되어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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