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가르치기
6살 딸과 4살 아들은 종종 말다툼을 한다.
4살 아들이 하는 말을 6살 딸은 종종 "그거 아니야."라고 시작해서 고치려고 드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내가 하는 말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골치가 아프다. 더 이상 그 사람과는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 진다. 상대가 하는 말이 옳은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다.
나도 어린 시절 언니와 다툰 적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박미경의 집착이라는 노래가 가요프로그램에 처음 나왔다.
그리고 그 노래는 아주 큰 유행을 했다. 나는 집착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침착'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던 언니와 말다툼이 시작했다.
나는 박미경의 침착이라고 우겨댔고, 언니는 아니라고 침착이 아니라 집착이라고 했다.
집착이라는 단어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그런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는 우겨댔다.
정말 웃긴 일이다. 어린 나이에 내가 모르는 단어는 세상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으니 말이다.
결국 내기를 했다. 내기를 통해서 무엇을 서로 주고받기로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다음 가요프로그램 시간 우리 둘은 TV앞에 마주 앉아서 박미경이 나오길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노래 제목은 박미경의 집착이었다.
이것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고, 내가 모르는 단어도 세상에 존재할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진짜 알아야 하는 사실이라면 언젠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소소한 것은 그냥 틀리게 알고 넘어가도 상관이 없다.
가령 4살 아이가 케첩이 매워라고 말하는데, 아니야, 케첩은 새콤해라고 고쳐 줄 필요가 없다.
4살이라는 나이는 과거형을 표현할 때 '어제'라는 말을 쓴다. '어제'는 과거에 모든 시간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면 6살 아이는 '아니야, 3일 전이야.' 혹은 '아니야, 그건 한 달 전에 있었던 일이야.'라고 아무리 고쳐 보았자 4살 아이는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화가 날 뿐이다. (사실 어른들도 자기말을 고치려 들 때, 화가난다.)
언니가 아무리 나에게 침착이 아니라 집착이야 라고 진실을 말해도 내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듯 말이다.
정말 알아야 하는 사실이 아니라면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넘어가주는 게 친절한 행동일 때가 훨씬 많다.
오늘 아침, 식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가족 모임을 했다.
동생이 하는 말을 고치지 않아.
동생이 꿀이 매워 라고 하면 뭐라고 할까?
"그렇게 생각하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