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두려움 아이에게 즉각적으로 전염된다
양치기가 늑대가 나타났다는 한마디에 온 마을 사람들이 겁에 질려 뛰쳐나오는 것처럼 말이지요.
한 아이에게 있어서 부모는 온 세상과 같습니다. 부모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 그대로 아이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아이 앞에서 표현하는 것은 주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가 두려움을 느끼면 그 즉시 두려움은 아이에게 전염이 됩니다.
부모가 두려움을 느끼는 많은 주제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세상에 널리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주제가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성(性)과 죽음에 대한 대화입니다.
성은 이 세상에 남자와 여자 둘로 존재하기에 어디를 가나 여자, 남자를 볼 수 있고, 특히 성은 인간에게 자극과 쾌락을 주는 요소이기도 하기 때문에 광고, 대중문화에서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공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습니다. 피하려고 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이따금 동물이나 곤충들의 사체를 보거나 주변 사람들이 돌아가시는 상황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Ketut Subiyanto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4473812/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낄 때 다음같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행동을 합니다.
공격하기
피해자행세하기
도망치기
매달리기
(이에 대해 더 깊은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도서 '리얼러브: 조건없는 사랑을 찾고 충만한 관계를 만드는 진실'이라는 도서를 추천드립니다.)
이것들은 모두 생산적인 반응이 아닙니다. 인간관계에 갈등을 일으키는 반응들입니다.
대게 부모들은 성과 죽음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보호하는 반응을 합니다.
아이가 성과 죽음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기면 다음과 같이 반응합니다.
"그런말 하는 거 아니야!" (공격하기)
"보지 마."(공격하기)
"..."(도망치기)
"몰라." (도망치기)
"아니 도대체 왜 그런걸 물어 보는 거야!?"(피해자 행세, 공격하기)
이 모든 반응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세상은 '위험하고 불안하며 두려운 공간이다'라는 것을 배울 뿐입니다.
Andrea Piacquadio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3890592/
일단 아이가 성과 죽음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그 개념에 대해서 이해하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세상을 통해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있다는 것이니 좋은 일입니다.
두려움이 생기더라도 표현하지 마세요.
덤덤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부모가 아는 것을 아이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은행에 아이들과 같이 갔다가 건물 앞에 헬스장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여성트레이너의 바디프로필 사진이었던 듯한데 거의 옷을 입지 않은 사진이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딸아이(만 4세)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이 사람은 속옷도 안 입고, 옷을 안입고 사진을 찍었네."
그래서 저는 담담히 웃으며 "그러네, 이사람은 속옷도 안입고, 옷도 안입고 사진을 찍었구나."
그러더니 누나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아들(만 2세)도 포스터 앞에 서더니 똑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엄마 이 사람은 속옷도 안 입고 옷을 안입고 사진을 찍었네."
저는 그 모습이 우스워서 "그러네. 이 사람이 옷을 안 입고 사진을 찍었네."
하고 지나갔습니다.
덤덤하고 친절하게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들을 사랑으로 해주면 되는 것입니다.
길가에 말라비틀어진 지렁이들, 우리 발 밑에 밟혀 죽고 마는 개미들. 이와 같이 죽은 동물과 곤충들은 어디서든 만나기 마련입니다. 이에 대해 부모가 아이에게 두려움을 표한다면 아이는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중학교 시절 정말 궁금해서 아빠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빠 왜 우리는 살아야 해요?"
나는 진심으로 궁금해서 했던 질문이었지만, 아빠는 덜컥 겁이 났었나 봅니다.
"그런 말을 부모한테 하는 말이 아니야!" 라며 버럭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아마도 아이가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이 아빠에게 매우 위협으로 느껴졌었던 것 같아요.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는 이 질문에 대해 부모에게 거절을 당하니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 넣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성인이 되고 나서 스스로 그 답을 찾아내었습니다만, 중학교 시절에 당장 그 답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허허, 우리 딸, 깊은 질문을 했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하고 덤덤하고 친절하게 되묻기만 해도 좋았을 법합니다.
죽음에 대해 아이에게 대화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마세요.
다섯 살 딸이 남편에게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딸: 아빠 사는 게 뭐야?
아빠: 사는 건 움직이는 거야
딸: 아빠 죽는 게 뭐야?
아빠: 지난번에 바닥에 떨어져서 움직이지 않는 새 봤지? 숨도 안 쉬고 생각도 안 하고 움직이지도 않는 게 죽은 거야.
딸: 그럼 음식을 불에 넣는 것도 죽는 거야?
아빠: 아니 음식은 원래 생각이 없어. 고통을 안 느껴서 안 죽어, 신경이 없어.
딸: 신경이 뭐야?
아빠: 신경은 피부에 있는 거야. 느끼는 거야.
아이에게 죽음에 대한 질문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두려움을 걷어내고 단순하고 덤덤하게 사랑으로 가르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