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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규 Aug 21. 2024

쌍둥이 제왕절개 출산 후기

병원가방 싸기는 부록

제왕절개 출산 후기

  35주가 되자 아기의 위치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제왕절개 날짜를 잡았다. 쌍둥이 임신은 단태아 임신과 다르게 훨씬 배가 무겁고 부종도 심했다. 이후에는 걷는 것도 펭귄처럼 뒤뚱거리며 10분 이상은 걸어 다니기 힘들었다.


출산 3일 전

  일반적으로 임신 자체에 어려움이 많아 37주쯤으로 제왕절개 날짜를 정하는데 나는 아이들이 가뜩이나 작게 태어날 것이 걱정되어 한 주 라도 더 배에 품고 싶었다. 그래서 38주에 낳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의사 선생님은 37주를 추천한다고 하면서도 내 의견을 반영해 주셨다. 그 부분에서 매우 감사드린다. 제왕절개 날짜를 정했지만 언제라도 진통이 시작되거나 선둥이가 똑바로 내려오면 자연분만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공작새가 있는 카페

 37주 하고도 2일이 되던 날이다. 남편은 육아휴직을 내야 했기에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하느라 휴일에도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매일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아마도 쌍둥이가 태어나면 3개월이 될지, 1년이 될지 모르는 시간 동안 첫째와 둘 째에게 많은 관심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날도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집 근처 식당에서 볶음우동과 후라이드치킨을 먹었다. (매일매일이 마지막 끼인 것처럼 잘 먹었다.) 그리고 동물들이 있는 카페에 가서 생크림빵과 녹차라떼까지 떼려부었다. (이후 마치과 선생님에게 왜 이렇게 많이 먹었냐고 핀잔을 들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동물들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나는 녹초가 되어 낮잠을 청했다. 낮잠을 자는데 갑자기 쿨럭 하는 느낌이 났다. 양수가 터진 것이다. 방에서 일하고 있던 남편에게 가서 양수가 터졌다고 말했다. 세 번째 출산임에도 양수가 터지는 경험은 겁이 나고 혼란스럽다. 첫 째와 둘 째에게 동생들 낳으러 간다고 최대한 침착하게 허그와 뼈뽀 세례를 퍼부어 주고 2주 전 부터 와 계시던 시어머니께  맡겼다. 30주에 미리 싸두었던 병원가방을 들고 분만실로 향했다. 아직 진통은 없었다. 초음파를 통해 아이가 역아로 있던 선둥이가 바로 돌았는지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아이는 여전히 역아였다. 이로서 제왕절개가 확정된 것이다.


 제왕절개는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다. 병원에 오자 마자 대변을 보았기 때문에 관장은 하지 않았고, 제모, 초음파, 태동검사등을 진행했다. 계속해서 양수가 흐르고 있었고, 병원에 와서 2시간 뒤 응급제왕수술이 결정되었다. 식후 6시간이 지나야 수면마취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다른 지역에 계시던 담당의사께서 달려오셨고, 수술을 보조해 주실 의사, 마취과의사, 간호사분들이 모두 와주셨다.


  수술장으로 들어가던 나는 이런 큰 수술이 처음이라 긴장되고 무서웠다. 그리고 수술대위에 누었을 때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최선을 다해서 심호흡을 하고 긴장을 풀려고 해 보았지만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때 마치과 의사 선생님이 다정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두려워서 그래요. 두려울 때는 우리 몸이 마음처럼 되지 않아요. 심호흡을 해보세요." 라며 나를 침착하게 달래주셨다.  마취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차분하게 모든 과정을 설명해 주시고 마지막으로 신을 믿느냐고 물어보셨고, 기도를 해도 되겠냐고 물어보셔서 나는 "해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누구의 바지 끄덩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의 안녕과 아기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를 해주셨는데 그 마음과 따듯함이 나에게 전해지면서 조금씩 진정되면서 마취가 되었고, 기억이 끊겼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온몸의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어디가 딱 아프다기보다 온몸이 고통스러워서 벌벌 떨면서 “나 좀 살려주세요.”를 수백 번 반복해서 말했던 것 같다. 얼마나 긴 시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간호사 한 분이 오셔서 진통제가 작동하려면 한 시간가량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신음소리를 내며 살려달라고 무한 반복하고 있을 때 태어난 쌍둥이를 데려오셨다.


  신기하게도 쌍둥이를 만나는 그 순간은 정말 거짓말 같지만 고통이 사라졌다. 출산의 고통은 저주 같지만 이 기적 같은 경험은 출산한 엄마만 할 수 있는 선물이다. 아이를 보니 “아 사랑스러워, 아 사랑스러워.”를 연발했다. 어쩜 신생아가 이렇게 이쁠일인가.  


  한 시간 동안 지옥 같은 고통이 끝나고 병실로 옮겨졌다. 한 시간 후 진통제가 작동하는지 고통이 줄어들었다. 여전히 온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모든 것은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페인부스터와 영양제 주사를 맞으면서 누워있었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을 때에는 진통제 주사를 추가로 맞았다.  

 몇 시간은 물도 마실 수 없었고, 방귀를 뀔 때까지 아무것도 먹을 수 없어서 하루 종일 굶어야 했다. 밥이 빨리 먹고 싶었던 나는 수술 후 방귀 빨리 뀌는 법을 검색해보고 배 마사지 또 열심히 했다. 그랬더니 얼마 안가 뽕하고 방귀를 뀔 수 있었다.

출산 후에는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소변줄이 달려 있어 화장실도 갈 필요가 없다. 그냥 누워서 드라마나 볼 수 밖에. 나중애는 그것도 질려서 멍떼리고 천장을 보기도 했다.


임신 중에도 혈압이 높았고 부종이 심했는데, 수술을 하고 나니 얼굴이 빵떡처럼 점점 더 부었다. (다행히 출산 2주 후 정도는 부종이 가라앉았다.)


  출산 후 4일 정도 지나니 걸어 다닐 만했고, 수유콜을 가기 시작했다. 병원과 연계된 모유수유 전문가가 직접 병실로 방문에서 모유수유계획에 대해 상담을 나누고, 그때부터 모유수유를 위해 박차를 가했다. 수유콜 받고, 유축하고, 밥 먹고, 낮잠 자고, 수유하고 유축하고 밥 먹고 잠자고, 마치 젖소 같은 생활이 시작되었다.


  만약 이 시기에 모유수유 상담과 마사지를 병행하지 않았다면 모유수유가 매우 어려웠을 것 같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자신의 유방건강상태를 상담받고 전문가의 상담과 마사지를 받으면 모유수유를 훨씬 수월 하게 진행할 수 있다. 초유만 먹이고자 하더라도 모유수유 상담을 꼭 받아볼 것을 추천한다.


  병원에 입원한 7일 동안 나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네 명의 아이를 위해서 빨리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제왕절개냐 자연분만이냐 나에게 묻는다면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를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고통이라는 것은 어떤 한계치를 지나면 바위만큼 아프나, 산만큼 아프나 아픈 것은 똑같은 것 같다. 그래서 제왕절개가 더 아픈가, 자연분만이 더 아픈가에 대한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만약에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제왕절개를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수술자국은 팬티라인 아래이기 때문에 비키니를 입어도 보이지 않는 부분이지만(그렇다고 내가 비키니를 입을 건 아니다) 그래도 수술자국을 1년 이상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집에 와서 유튜브 영상을 본 후 알았다. 병원에서는 40일 치 정도 밴드를 구매할 수 있다. 흉터방지스티커 한 장에 8만 원인데 그걸 4개로 잘라서 10일에 한 번씩 바꿔주는 거다. 거기다가 방수밴드를 붙여둔다.

  그래서 같은 제품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더니 큐텐이라는 직구사이트에서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고 10*18cm을 5장 140300원에 샀다. 그리고 한 장을 6줄로 잘라서 쓰고 있다. 여름에는 스티커를 붙여둔 곳 주변에 땀띠가 나서 가려기도 하다. 그래서 일주일 붙이고 이틀은 떼어두기를 반복하고 있다.

  

출산 가방 싸기

조리원가방과 출산가방은 따로 싸는 것이 좋다. 조리원에는 들고 갈 것이 아주 많은데 양수가 터디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 그걸 다 바리바리 싸들고 가기보다는 병원가방으로 따로 싸두는 편이 수월하다. 조리원으로 옮길 때 남편에게 가지고 와달라고 할 수 있다.

수유속옷, 수유패드, 세면도구, 기초화장품, 고무줄 여러 개, 드라이기, 머그컵, 빨 때 달린 보온물통(1리터 이상, 미지근 한 물 많이 마셔야 하는데 정수기로 왔다 갔다 하기 힘들다. 처음에는 누워서 마셔야 하기 때문에 빨대가 꼭 필요하다) 이어폰, 휴대폰 충전기, OTT회원 되기(누워서 할 일이라곤 드라마 보기, 책들 기도 어렵다), 수건(넉넉히 4개), 가벼운 카디건, 수면양말, 발목 덮는 편한 바지, 읽을 책, 머리빗, 물티슈, 비데용 물티슈(비데가 없었다.), 맘스안심팬티, 필기구(뭔가 쓰는 걸 좋아한다), 손톱깎기, 티백(루이브스, 마더스틸티, 민들레티, 우엉티, 둥굴레차등 좋아하는 걸로), 반찬통(남은 음식을 냉장고보관할 수 있다.) 손톱깎이, 복대, 샴푸, 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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