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권태기, 산후부종, 산후조리원 준비물, 조리원 그 후
나는 조리원에서 2주 지냈다. 첫째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두 아이를 키우다가 홀로 주어진 원룸은 정말 말 그대로 천국이었다. 작은방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 두 개, 책상 하나, 옷장과 깨끗한 화장실.
아침이면 청소하시는 분이 노크를 하고 들어와 소독과 청소를 깨끗하게 해 주신다. 더러워진 옷을 밖에 두면 모두 수거해서 오후에 접어서 두신다. 정해진 시간에 정갈한 반찬과 식사를 준비해서 쟁반 채 들고 와서 나의 테이블에 두고 가신다.
조리원에는 정해진 교육(산후마사지, 요가, 신생아 마사지, 모유수유교육, 신생아 목욕 등)과 함께 수유콜이 진행된다. 수유콜은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다. 수유콜과 더불어 젖량을 늘리기 위해서 유축도 한다. 첫 3일은 '이런 천국이 어디 있나.' 하면서 지냈다. 특히 아이 둘을 키우다가 조리원에 오니 여기만큼 편한 곳이 없다. 빨래를 해서 개어다가 주질 않나, 삼시 세 끼를 넘어 간식까지 2번 나오질 않나. 갓난쟁이 아기들을 종일 돌봐주고 목욕도 시켜 주신다. (나중에 집에 오면 빨래지옥, 설거지 지옥이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일과와 자신의 선택권이 없는 것 같은 일상은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삼일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자유롭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일상, 카페에 들어갔다가 커피 한 잔 마시며 나오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그 일상을 그리워하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럴 때 혼자 지내기보다는 방밖으로 나가서 직원들 혹은 같이 지내는 산모들과 대화를 나누는 걸 시도해 보았다. 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방에 숨어서 휴대폰만 쳐다보기보단 사람과 대화를 하는 편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에 2번 진행하는 요가 선생님이 올 때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외로움을 덜어내기도 했다. 단 4번 만난 요가 선생님인데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연대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산후조리원에서 요가 선생님이란 요가를 가르쳐 주는 것도 있지만 인간대 인간으로서 소통하는 시간을 선물 받는 느낌도 있었다.
저녁 6시부터 9시 까지는 모자동실 시간이었다. 쌍둥이가 갑자기 '동시에 배가 고파서 울면 어떡하지?'라는 염려가 있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산후조리원을 고른 이유도 남편이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첫째 둘째를 재우고 시부모님과 함께 집에 남겨둔 뒤, 남편은 조리원으로 저녁 6시에 퇴근을 했다. 6시부터 9시까지 신생아실을 소독 청소하는 시간이라 아기들이 모두 방으로 보내지는데 그 시간이 매우 소중했다. 아이들 사진도 찍고 수유도 하고 같이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신생아는 거의 대부분 잠을 자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틈틈히 남편과 아기들이 캥거루 케어 시간을 가졌다.
정해진 일과 외에도 스스로 어느 정도 스케줄을 만들어두었다. 조리원에서 제공되는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식사 후 파라핀손찜질을 하고 유축 후 낮잠 한숨을 취하고, 수유콜 받고, 좌훈기 30분, 점심 먹고 수유콜, 낮잠, 족욕 30분 이렇게 꾸준히 시설을 사용했다. 이렇게 일과를 만들어 두면 권태로운 시간들을 조금 더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고 시간도 잘 간다.
넘쳐나는 드라마를 몰아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보고 싶은 드라마를 리스트로 만들어 놓고 한 개 한 개를 몰아 보았다.
연인
내 남편과 결혼해 줘
원더풀월드
무인도의 디바
닥터차정숙
세작, 매혹된 자들
더킹
호텔델루나
적어 놓고 보니 많이도 보았구나...
재미있는 것도 너무 많이 하다 보면 재미가 없어진다. 드라마를 보다가 지치면 유튜브로 가서 장도연의 살롱드립이나 요정재형을 보았다.
그래도 OTT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낮잠을 자기로 마음먹은 시간은 모든 전자기기를 끄고 낮잠을 꼭 취했다.
이렇게 일과를 스스로 정해두면 지루함도 줄어든다.
쌍둥이 제왕절개 후 생전 경험해보지 못했던 산후부종을 경험했다. 자연분만때는 이렇게 부종이 심하지 않았는데. 거울을 볼 때마다 '이 상태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라고 불안해하면서 부종에 좋다는 것들을 시도해보았다.
수분충족: 많은 미역국 먹기, 물 3리터 마시기, 차 마시기(나는 루이브스와 마더스틸티를 마셨다)
족욕 하루 30분
벽에 다리 올리고 누워 있기
잠잘 때 다리 밑에 쿠션 놓고 자기
임신으로 열심히 찌운 살, 13킬로가 조리원 입실 1주일 후 쫙 빠졌다. 부종도 출산 11일 만에 많이 가라앉았다. 직원들이 나를 보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셨네요."라고 할 정도로 조리원 입실 때와 퇴실 때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건상한 음식과 충분한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조리원에서 무료로 1회 산후마사지를 제공하는데, 마사지사가 마사지를 안 받으면 부종이 빠지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을 심어 주는데, 믿지 말자. 상술이다. 부종이 너무 심해서 그 말을 믿을 뻔했다. 물론 돈이 많았다면 상술이든 뭐든 산후 마사지를 받았을 것이다. 확실히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니까.
산후조리원에서 2주 동안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집에 돌아갔을 때 건강한 엄마로서 네 아이의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체력을 회복하는 것! 그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2주를 잘 버틸 수 있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돈을 환불받고 탈출을 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나가면 결코 쉴 수 없을 것이라는 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루함을 견디고 최. 선. 을. 다. 해. 서. 쉬. 었. 다. 이런 천국 같이 모든 것을 해주는 곳에서도 스스로의 책임과 의무를 정해 두지 않으면 반복되는 일과를 견디기가 힘들다.
집으로 돌아온 첫날부터 난장판이었다. 집에 끓여서 식혀둔 물도 없었고, 일단 배고픈 아이들을 먹여야 하는데 소독된 젖병도 없어서 부리나케 이것저것 준비해서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 아기들을 내버려 두고 해야 할 일들을 해치웠다. 배고픈 아기들을 먹이고 나서 야, 첫째 둘째 아이들의 눈을 쳐다볼 시간이 생겼다. 조리원의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었던 나는 아기의 루틴에 나를 맞추기까지 한 일주일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 새벽에 2시간마다 일어나서 먹이고 잠을 설치고 트림을 시켜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다시 조리원으로 돌아갈까 고민하기도 했다.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면서 아쉬웠던 점은 코로나 이후 방문객이 제한되어서 출산 후 3주까지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 혹은 가족들이 태어난 아기를 만날 수가 없었다. 유리 밖에서도 볼 수 없었다. 완전히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다. 첫째 둘째 아이의 경우 코로나 검사를 하고 하고 오면 이틀 동안 방문 할 수 있었다. 코로나 검사비용이 3만 원 정도였다. 두 아이 검사를 하니 6만 원? 방문할 때마다 6만 원이 드니 주말에만 방문할 수 있었다.
식단: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식단이 어떻게 나오고 음식맛이 어떤지 올라오는데 그걸 잘 살펴보았다. 맛없는 음식을 다섯 끼를 먹는 것도 고역이다.
집과의 거리: 남편이 첫째 둘째를 돌보다가 조리원으로 왔다 갔다 해야 하니 가까울수록 좋았다.
산부인과와 거리: 재가 지낸 산후조리원은 산부인과와 연계된 곳으로 바로 아래층에 산부인과가 있었다. 제왕절개로 두어 번 정도 실밥을 빼고, 진료를 받으러 내려가야 했는데 아주 편리하고 좋았다.
비용에 따라 수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내가 지불할 수 있는 적정선에서 조리원을 선택해야 한다. 어떤 곳은 거의 호텔 수준의 방과 식단이 제공되기도 하고 프로그램도 천차만별이다.
청결함이나 침대가 편안한가 아닌가 하는 것은 너무나 기본적인 것들이다. 문제는 요즘 코로나 때문에 방문을 해도 방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거나 할 수 없고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들을 읽어보고 어림짐작할 수밖에 없다.
수유원피스가 매일 제공되었으며 요청하면 깨끗한 것을 주었다. 빨래를 매일 아침 해서 접어 배달해 주었기 때문에 많은 속옷이나 양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3개 정도면 충분했다.
속옷
수유용 브래지어
수유패드
손수건 20장 또는 면 수유패드
세면도구
드라이기
욕실용 슬리퍼
실내용 슬리퍼
아기 퇴실 용 배냇저고리
아기 퇴실 용 속싸개
아기 퇴실 용 겉싸개
원한다면 아기사진을 위한 성장달력(사진촬영을 위한 소품들)
쌍둥이 역류방지쿠션(2개 혹은 쌍둥이용)
셀프수유쿠션
반짇고리 (아주 간간히 필요할 수 있다.)
등받이 쿠션 (소파가 없었기 때문에 침대에 앉아 있을 때 소파처럼 사용하고 잘 때는 다리 올리고 잤다.)
개인물통(수유를 위해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머그컵 혹은 텀블러(차를 타 마실 수 있다)
티스푼
좋아하는 디카페인티(모유촉진차로 루이브스, 마더스틸티, 민들레티, 우엉티 등 이 있다.)
꿀(디카페인 티에 우유를 넣고 꿀을 섞어 밀크티를 타먹는데 썼다)
유축깔때기세트(조리원에서 파는 경우 있음)
실리콘 깔때기(유용하게 잘 썼다)
냉장고용 반찬 통(조리원은 음식이 잘 나온다. 남은 음식이나 과일을 냉장고에 넣고 간식으로 먹을 때 유용하다)
블루투스이어폰(이어폰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 까. 거의 한 몸처럼 붙어 있었다)
인터넷 디바이스(노트북 혹은 아이패드: 블로그를 해보려고 가져갔으나 실제로는 OTT 보는데 썼다.)
멀티탭(6구 정도 있어야 충분히 쓸 수 있다)
주방세제와 수세미(개인 컵을 씻을 때 사용)
핸드솝(손을 아주 자주 씻어야 하니까)
발목을 덮는 양말 3개
속옷 3개
외출복(병원에 가거나 퇴실할 때 입고 갈 옷
튼살크림(출산 후에도 계속 발라주어야 한다)
생리대
기초화장품
손톱깎이
수건 4개 (손 닦는 수건, 씻는 수건 넉넉히 4개)
가벼운 카디건
발목을 덮는 긴 바지 3개
읽을 육아책(베이비위스퍼골드, 리얼러브부모공부: 집에 가서 마주해야 할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보기 좋다. 조리원을 나가면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집으로 가서 당장 마주하게 될 4주까지의 아기 돌보는 방법을 미리 숙지해두면 좋다.)
수유쿠션(조리원에서 주기도 하지만 집에 가서 사용할 수유쿠션을 가져가서 미리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머리빗
고무줄 여러 개(긴 머리라면)
필기구(떠오르는 것을 적고 싶을 때, 심심하니까 뭘 쓰고 싶어지곤 했다)
물티슈
비데용 물티슈(비데가 없었다)
비판텐(기저기발진크림)
아기용유산균
유축깔때기(조리원에서구매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