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라는 것은 한 가정에게 찾아오는 축복이자 행운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언제나 행복이 가득하고 사랑이 넘치는 것은 아니었다. 임신이라는 10개월간의 여정 속에서 산모는 많은 것을 잠시 포기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많고 신경 써야 하는 것도 많다. 출산 이후에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도 고민해야 한다.
더 나아가 그런 과정 속에서 자궁 속 아이는 점점 자라나고, 아이를 위해 양껏 건강한 음식도 먹다 보면 몸무게는 날이갈 수록 늘어난다. 적게는 7킬로에서 30킬로 이상 급변하는 몸의 변화를 경험하는데 여자에게 있어 외모가 변하면서 치명적인 우울감을 경험한다.
출산 이후는 좀 나아질까? 아니다. 24시간 같은 일만 반복하다가는 건강한 사람도 돌아버릴지 모른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같은 일을 무한 반복하는 막일이다. 어려움의 정도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두어 달에 한번씩 업그레이드된다. 좀 익숙해진다 싶으면 난이도가 올라가는 수준 높은 게임이다. 부모라는 게임은 시작은 마음대로 했을지 모르지만, 종료하는 버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끝없는 게임을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진행하기 일시정지버튼을 눌러주어야 한다.
일시정지버튼을 누르더라도 게임은 계속 진행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겨야만 일시정지가 가능하다. 그리고 쉬는 시간 동안 활력을 되찾아 아이에게 돌아왔을 때는 새롭고 밝은 에너지로 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친 마음을 달래고 무한반복의 막일에서 드디어 벗어나게 되면, 어느 것에도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다.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무한으로 에너지를 주고 주고 주는 일이기에 쉬는 시간에는 몸과 정신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다. 그래서 내가 선택하는 것은 휴대폰을 보거나 티브이를 보면서 누군가가 나를 웃겨주기를, 나를 즐겁게 만들어 주기를 기대하며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다. 휴대폰과 티브이를 보면서 쉬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었다. 더 보고 싶어지고, 더 피곤해지고, 아이들을 볼 때에도 보고 싶어 진다. 그걸 알고 나서부터는 휴대폰과 티브이를 보면서 쉬지 않게 되었다. 휴대폰이나 티브이를 보는 일이 우리를 즐겁게 만들어주고, 쉬었다고 착각하게 하지만 실제로 과도한 디지털 기기사용은 눈의 피로, 수면장애, 빠르고 강한 것에 뇌가 익숙해져서 현실적인 주의력이 떨어지고 무감각해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이 시간에 잠을 잔다면 그것보다 나은 선택이 없을 것이다. 잠을 자면 신체적인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쉴틈이 주어 졌을 때 어떻게 하면 건강한 방법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아이를 만났을 때 행복한 마음으로 재회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10분이라도 좋다. 밖으로 나가자. 바람을 얼굴에 맞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가볍게 산책을 하자.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살펴보자. 그리고 아이가 크면 같이 걷게 될 세상, 지금으로부터 5년 10년 뒤에 내가 하게 될 일들을 상상해 보자.
말하는 능력도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도태된다. 변해버린 몸에 자존감이 줄어들었을 때라면 더더욱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그대로 나는 사랑받을 만하다는 것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집에서 함께 육아를 하고 있는 파트너(배우자, 부모님, 산후도우미, 베이비시터 등)와 일상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가볍고 단순한 대화들로부터 육아에 대한 대화, 부모가 되어서 경험하고 있는 당신의 느낌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혹은 파트너에게 어려움은 없는지 서로 소통하면서 어려움이 있다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면서 생산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집에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어쩌다 만나게 되는 사람들, 예를 들어 마트점원, 경비아저씨, 청소아주머니등 에게 친절을 베풀어보자. 날씨와 같은 일상적인 스몰토크를 할 수 도 있고 상대가 하는 일에 대한 감사함을 전달할 수 있다.
예정일에 맞춰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2-3개월 전부터 알아보자. 특히 가족에게 도움을 청할 경우는 더 미리부터 스케줄을 확정해 둘 필요가 있다. 사람들도 저마다 계획이 있으니 당연히 도와줄 것이다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우리 부부는 쌍둥이를 제왕절개로 출산하고 1주일은 병원입원, 2주는 조리원에 있었다. 특히 조리원도 모자동실(아이와 부모가 함께 있는 시간)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하는 경우가 있다. (모자동실이 가능하지 않다면 모자동실을 필수로 하지 않아도 되는 조리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모자동실을 하게 되면 신생아들은 거의 먹고 자고 밖에 하지 않지만 둘이 동시에 울음을 퍼트리면 난감하다. 내가 있었던 조리원은 모자동실이 매일 밤 3시간 정도 진행되었는데, 그때마다 남편이 함께 했다.
문제는 첫째와 둘째 아이를 돌볼 사람이 필요했다. 양가 부모님에게 여쭤보고 친정부모님은 가능하지 않다고 하셔서 시어머니께서 한 달 반가량 집에 와 머물러 주시고 첫째 둘째 아이 등하원, 식사 및 청소를 맡아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다. 시어머니가 집에 계실 때에는 잠깐이나마 남편과 산책을 하러 나갔다 오면서 상쾌한 바람도 맞을 수 있었다.
이후에 시어머니가 본가로 돌아가시고 나서는 (주말을 제외하고) 베이비시터를 아침 8:30분부터 12시까지 고용했다. 그리고 새벽 5시경에 마지막 수유를 하고 나서 오전 10시까지는 더 잠을 잘 수 있었다.
육아라는 것을 잘 살펴보면 하나하나 주어진 일들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단순 막일이다. 몇 가지 반복적인 일들을 나열해 보겠다.
먹이기
트림시키기
재우기
젖병 씻기
젖병소독하기
목욕시키기
기저귀갈기
빨래하기
눈 마주치고 놀아주기
그 외에도 부모 자신을 위해 해야 하는 일들도 있다(밥 먹기, 씻기 등등)
나열된 목록들을 보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어렵지도 않다. 그럼에도 육아가 힘든 이유는 바로 잠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수면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졸면서 젖을 먹이고 졸면서 아이를 재우는 일이 발생한다.
나는 주변에서 육아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 이 말을 해준다. “시간 날 때마다 잠을 자라.” 특히 이 말은 신생아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하다. 출산 후 엄마의 몸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잠을 자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
밤에는 잠을 잤다 깼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아이가 통잠을 잘 때까지는 하루 종일 비몽사몽하게 된다. 잠이 부족하게 되면 아주 단순한 업무도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된다. 피곤함이 어렵지 않은 일을 어렵게 만든다.
하루 종일 아기를 위해 시간을 쏟다 보면 쉬는 시간에는 아무 노력 없이 누군가가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길 원한다. 나도 드라마에 중독되어 젖먹이며 보던 드라마를 아이 낮잠 잘 때에도 보고 싶어서 잠자는 것 대신 드라마라는 보는 것을 선택할 때가 있었다. 그러면 그날은 하루를 비몽사몽 정신없는 상태로 아이를 보게 된다.
특히 누군가 육아를 도와주고 있다면,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때는 가능한 자야 한다. 도와주시는 분이 눈치가 보여 옆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도 아기를 위해 잠을 청해보자. 밤잠이 부족하여 낮잠을 자겠다고 말하고 눈치 보지 말고 자자. 그래야만 맑은 정신으로 다음일과를 소화할 수 있다.
앞서 육아를 하면서 해야 하는 몇 가지 일들을 나열했다. 그중에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일과들이 있다. 바로 먹이고, 재우고, 눈 마주치면서 놀아주는 것. 이것은 너무 기본적인 일이라서 놓치게 되면 아이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육아에서 내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아기의 루틴이다. 먹어야 할 시간과 재워야 할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을 지키면 아이는 덜 울고 덜 떼쓴다. (책 베이비위스퍼골드를 읽으면 큰 도움이 된다.)
어떤 사람은 매일매일 아기를 씻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출산 후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쌍둥이를 매일매일 씻기다간 몸살이 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몸무게가 늘어날수록 목욕시키는 것이 힘들어진다. 나는 아이를 이틀에 한 번꼴로 목욕시키기고 목욕시키지 않는 날은 따뜻한 물수건으로 닦여 주었다. 이것이 내가 살기 위해서 우선순위에서 목욕시키는 것을 제외시켰다. 목욕은 가능하다면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했다.
최소한의 빨래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옷가지, 속싸개등을 여분을 많이 준비할 수 있다. 넉넉히 구매한다고 했지만 토를 하거나 대변을 본다면 빨래를 바로 하지 않으면 냄새가 심하고 옷가지에 물이 들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씻어주는 것이 좋다. 건조대에 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건조기를 구매할 수 있다.
젖병 또한 씻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 여분을 충분히 준비해 두면 씻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젖병을 소독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소독기를 구비할 수 있다. (모두 저렴한 가격으로 중고 구매를 했다.)
신생아 시기가 힘든 이유는 엄마의 몸도 회복되어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백일이 지나면 아기는 벙긋 벙긋 웃어줄 것이다. 아이들은 정말 빨리 큰다. 정신을 놓치고 있다 보면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놓치게 된다. 아이와 부모가 크는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며 그 행복과 감사함을 깊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