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가 된 8개월 쌍둥이
아기들은 응가 냄새가 어른들의 응가 냄새와 비슷해졌다. 텍스쳐도 어른의 그것과 비슷하다. 이젠 아이들이 응가하는 시간이 두려워진다. 응가를 잘 본다는 것은 아이들이 잘 먹고 건강하게 크고 있다는 증거다. 나는 건강한 아가야들 덕분에 매일 아침 향기로운 응가 냄새를 맡으면서 아침에 눈을 뜨고 있다.
현재 나는 아가야들과 방바닥 육아를 하고 있다. 첫째 둘째가 유치원에 가고 나면 나는 쌍둥이들과 함께 방바닥을 누비며 세상을 탐험하고 있다. 안전한 펜스 안에서 내가 함께 누워있다는 사실 만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듯 더 오래 자기들끼리 잘 논다. 그러면 멍도 때리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아이들과 몸놀이를 하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제는 다 커버린 첫째와 둘째를 보면서 눈물이 찔끔 났다. 현재 첫째와 둘째는 6살과 4살이다. 둘째는 이번 해, 초에 키를 세었을 때 99cm였다. 그래서 이케아 스몰란드에서 놀지 못하는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 있었는데 11개월 만에 무려 8cm가 커버렸다. 그렇게 다 커버린 4살 아들을 보니 갑자기 가슴이 뭉클 해졌다. 이 어린것들이 얼마나 빨리 커버리는가. 그리고 첫째에게는 어린이 시절이 4년밖에 남지 않았다. 4년 뒤면 10대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계산하는 거 맞나?)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눈물이 찔끔 난다. 더 크기 전에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뽀뽀해 주고 더 많이 사랑해 줘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나왔다.
그거와 같은 맥락에서 쌍둥이들도 아주 빨리 크고 있다. 아이가 하나 있을 때와 아이가 넷이 있을 때 느껴지는 체감상 시간의 속도는 4배인 듯하다. 이미 8개월이라니. 후둥이는 선둥이보다 발달 속도가 매우 빠르다. 후둥이는 신생아 때부터 목을 가누기 시작했다.(이는 미숙아들의 몸무게가 덜 나가서 더 쉽게 목을 가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팔 개월이 들어서기 전부터 무릎을 굽혀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이제 기어 다니는 것을 마스터하자마자, 기어 다니는 것에 관심을 없고, 올라탈 것이 있으면 무조건 기어 올라가 다리를 펴서 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직 배밀이 중인 선둥이도 자신이 원하는 모든 곳에 기어서 다닌다. 특히 음식을 보면 배밀이가 그렇게 빠를 수 있다니 놀라울 정도다.
선둥이는 안전한 곳에서 안전한 속도로 노는 반면, 후둥이는 잡고 서고 뒹굴고 하다 보니 더 많이 다치고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잔다. 이렇게 한날한시에 태어난 아이도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을 보면 너무나 재밌다.
팔 개월이 지나니까 출산을 고통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애기들도 건강하게 잘 크고 잘 자고 잘 먹고 하다 보니 중간중간 망상이 떠오르는데, '이렇게 귀여운 아이면 또 키울 수 있겠다.'라는 무서운 생각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때는 고개를 도리도리 돌려대면서 '아니야, 아니야, 여기서 끝내자.'라며 마음을 굳게 다 잡는다.
남편과 대화하면서 둘째가 4살이 되니 혼자서 밥도 먹고, 옷도 입고, 같이 등산도 하는 걸 보니까 쌍둥이도 3년만 더 키우면 되겠다면서 '다섯째도 가져볼까?' 하는 농담도 따먹을 여유가 생겼다.
나는 청소년시기에도 20대에도 아기에게 관심이 없었다. 남이 아기를 낳으면 귀여운 줄도 몰랐고 놀아줄 관심도 없었고 어떻게 노는 줄 도 몰랐다. 그보다 세 살 베기에서 초등학생 정도라면 놀아주고 귀여워해주고 할 수는 있었는데, 내가 이렇게 아기를 좋아하는 줄은 나의 아기를 낳아보고서야 알 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