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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규 Oct 16. 2024

5개월 쌍둥이와 두 번째 외출

바닷가에서 책을 읽는 망상, 7월의 햇빛을 아기에게 너무 뜨겁다

어젯밤 급하게 소쿠리섬에 가기로 결정했다. 소쿠리섬은 배를 타고 10분 걸리는 진해에 있는 작은 무인도이다. 야생사슴이 들에 뛰어노는 섬이라 예전부터 가고 싶었다. 사슴에게 줄 당근도 썰어왔다. 

6살, 4살, 0살 쌍둥이와 함께하는 피크닉이다.

천막타프와 돗자리, 버너와 코펠, 끓여 먹을 짜파게티, 내가 좋아하는 진짜뽕, 간식까지 준비했다. 우리 부부는 캠핑을 좋아하는데 쌍둥이 임신 후 오랜만에 캠핑느낌 내고 싶었다. 그리고 잔디에 누워 읽을 책 한 권을 챙겼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자연에 갈 때 꼭 책을 한 권씩 챙긴다. 읽을 가능성 거의 없으나 야외에 누워 책을 읽는 로망이 있다. 


남편은 그건 로망이 아니라 망상이라고 했다.

로망은 꿈을 꾸다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망상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어떤 망상은 빠르게 포기하고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것들이 있지만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은 내가 무거울 뿐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계속 고이 간직하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는 망상이 현실이 되길 바라면서. 


갓난쟁이 쌍둥이와 어린이 둘을 데리고 섬에 와서 책을 읽을 꿈을 꾸다니. 

책을 읽을 적은 가능성이 비친 순간도 있었다

분유를 잘 먹은 쌍둥이는 돗자리에서 잠들었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곤히 잘도 잔다. 

첫째와 둘째는 아빠랑 바닷가에 가서 놀아라고 보냈지만 둘째는 바닷가에 안가고 나랑 있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마음속으로 혼자 벌러덩 누워 책을 읽을 생각에 신이 났었기에 아주 아쉬웠지만(드러내 놓고 아쉬워하지 않았다)나 좋다는 아들에게 "제발 아빠랑 가서 놀아."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4살 둘째랑 이런저런 수다 떨다 보니 산속에 있던 사슴이 내려왔다. 둘째가 사슴에게 당근 주러 갔다.

책을 꺼내 볼까 하다가 쌍둥이 옆에 잠깐 누웠더니 쌍둥이 중 하나가 눈을 끔뻑 끔뻑 뜨고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바닷가에서 책 읽기는 역시 망상이었다. 


7월의 햇빛은 아기에게 너무 뜨겁다

7월 습기 차고 더운 날, 구름이 많은 날이기도 했지만 가끔 햇빛이 나올 때가 있어서 쌍둥이들을 데리고 그늘만 찾아다니며 햇빛을 최대한 안 맞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타프가 자외선을 막지 못했는지, 중간중간 1-2분 햇빛을 본 것이 탈이었는지 모르겠지 집에 돌아오니 쌍둥이 얼굴이 시뻘겋게 탔다. 급하게 아기용 수딩젤을 구매했고 비판텐이랑 섞어서 시간 날 때마다 발라주니 다행히 3일 지나 껍질이 벗겨지고 7일이 지나니 다행히 얼굴이 다시 뽀얗게 돌아왔다. 

다음 날 바로 아기선크림을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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